야권단일화 둘러싼 ‘유시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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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화 둘러싼 ‘유시민 딜레마’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30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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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없는 기계적인 단일화 방정식 풀 과제 남겨
7.28 재보선에서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국민참여당은 선거 다음날부터 사실상 여의도 정치에서 소외됐다. 원내의원도 없고 조직도 없는 그야말로 ‘초미니 정당’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기 전까지 국민참여당의 소외는 더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 여의도 정치에서 만큼은 아바타 정당에 불과할 거란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참여당으로선 6.2 지방선거가 야권단일화를 통한 선거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한 과정이었다면, 7.28 재보선에서의 선거연대는 유권자의 준엄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선거였다.

특히 절치부심 끝에 서울 은평을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진두지휘한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그 가능성과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유 전 장관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된 이후 정치재개를 시도하며 내세운 가치는 ‘깨어있는 시민 참여를 통한 시민권력 시대’ 등이지만 그 수단은 일관되게 야권연대라는 선거연합 내지 연대였다.

유 전 장관은 6.2 지방선거 전부터 “야권단일화는 유권자의 지상명령, “다르니 연대하자는 것인데 칸막이를 쳐서 진보만 연대하자는 것은 연대할 생각이 없는 것”, ‘민주대연합이냐, 진보연합이냐’하는 것은 관념적 논쟁에 불과”등을 말하며 한국정치사의 연대 내지 연합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결국 유권자는 한번은 야권단일화 선택했고, 또 한번은 그것을 견제해 야권단일화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 뉴시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야권단일화에 대한 비판은 존재했지만 국민들이 반MB연대를 선택해 야권연대에 대한 부정적 기능이 애써 희석된 측면이 컸다.

하지만 7.28 재보선에서의 실패로 인해 야권단일화 논쟁이 수면 위로 급부상함은 물론,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범야권이 반MB연대를 놓고 이전투구 현상을 벌일 개연성이 높다.

우선 7.28 재보선에서 드러났듯이 야당간 연합 방정식에 복잡한 셈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여론조사 하나밖에 없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독점하는 선거체제에서 유 전 장관처럼 대중적 지지율을 갖추지 않고선 소수정당 후보가 거대정당 후보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것.

이는 소수정당의 희생을 담보돼야 성공하는 선거연대, 그 도그마를 깰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의 부존재 현상이 빚어져 여론조사를 통한 기계적인 단일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감동 없는 단일화 방식이 재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왜 유시민 전 장관은 야권단일화를 고집하는 것일까. 야권이 분립되면 한나라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적인 인식과 새로운 정치문화를 통한 정당 개혁이라는 명분의 추구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통한 정치권의 변혁을 추구했다면 유 전 장관은 선거연대를 통한 정당 개혁을 추구하는 것. 유전 장관이 지역구도 해소의 필요조건인 선거구제 개편을 염두해둔 행보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그 이유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대연정이란 뜨거운 감자를 내놓았을 당시 2005년 8월 ‘참여정치연구회’ 토론회에서 “정치권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이론적으로 매력을 느끼더라도 실천엔 비상하고 어려운 방법, 충격적인 과정을 통해야 하며 우리당 내에서도 이를 추진할 만한 확고한 동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어려워 대연정 등과  같은 새로운 정치문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영호남 지역구도의 카르텔을 깰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사표에 따른 민의왜곡, 망국적인 지역구도 타파 등으로 인해 다양한 계층의 의사가 정치에서 대표되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재정립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 시도로 인해 지지층의 상당부분을 상실했고 한미FTA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유 전 장관은 야권단일화는 참여정부가 내놓은 대연정과 같은 운명의 길을 걷게 될까. 아니면 유럽의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대처럼 정치권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게 될까.

결국 유 전 장관에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통한 기계적인 단일화 방식이 아닌 각 당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 과제가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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