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라요 바예카노]뚜렷한 철학 지닌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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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과 라요 바예카노]뚜렷한 철학 지닌 아웃사이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06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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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20)>‘진보정당’ 정의당과 ‘닥공’ 라요 바예카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정의당과 라요 바예카노는 뚜렷한 철학을 지닌 조직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정의당은 중도보수 일변도의 정치 지형에서 진보를 주창하는 정당이며, 라요는 극단적인 공격 축구로 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팀이다. 그러나 지향하는 바를 실현시키기에는 주변 환경의 뒷받침이 부족하고, 최근 성과가 좋지 못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같다. 

▲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오른쪽), 심상정 대표 ⓒ 뉴시스

타협 없는 ‘마이 웨이’

대한민국 정당은 중도보수로 수렴하고 있다. 대표적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연이은 ‘좌클릭’으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 정책적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정당이 됐고, 더민주당은 중도보수층을 겨냥, 정책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당으로 변모했다. 국민의당은 아예 중도보수층을 타깃으로 창당된 정당이다.

이 와중에 정의당은 ‘마이 웨이’를 고집하며 원내 진보정당으로서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5시 칼퇴근법 도입, ILO 핵심협약 비준 등 진보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진보 정당’으로서의 노선을 확고히 했다. 당내에서도 비례대표 순번을 후보로 결정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시험하면서 ‘진정한 민주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보주의와 민주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과감한 ‘정치 실험’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라요 바예카노는 ‘남자의 팀’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팀들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최상위권 팀을 상대로는 수비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며 역습 축구로 대응하는 반면, 라요는 상대가 누구든 자신들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강팀을 상대로는 선 수비 후 역습, 약팀을 상대로는 공격 전술을 택하는 보통의 팀들과는 달리 언제나 ‘마이 웨이’를 외치는 팀이 라요다.

라요는 올 시즌 내내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어떤 팀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았던 그들은 뒤지고 있을 경우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모험’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이런 공격성은 15-16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레알 마드리드 전에서 2-10 대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요는 공격적인 노선을 포기하는 법이 없었으며, 이는 그들을 프리메라리가에서 가장 사랑받는 팀 중 하나로 만들었다. 

▲ 라요 바예카노 선수단 ⓒ 라요 바예카노 공식 홈페이지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러나 이상과 현실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다. 아직 진보주의적 정치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정의당은 언제나 ‘마이너’였다.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라는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이들만으로 정의당의 철학을 현실화시키기는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제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국민의당이라는 제3정당 출현의 유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지역구 2석(경기 고양시갑 심상정, 경남 창원시성산구 노회찬)과 비례대표 4석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제19대 총선에서 당시 통합진보당이 13석을 획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미래도 불투명하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의 3당 체제가 공고화됨에 따라 제4당의 설 자리가 좁아진 까닭이다. 3당 체제로의 변화, 새누리당 1강 체제의 붕괴 등으로 인해 ‘야권 연대’로 지분을 확대해왔던 전략이 생명력을 다하면서 정의당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됐다. 제20대 국회는 원내 유일한 진보 정당으로서 정의당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라요의 연고지는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다. 그러나 라요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양강’에 가린 비운의 팀이기도 하다. 16-17 시즌 예상되는 레알의 수입이 150m유로, 아틀레티코가 100m유로 수준인 것과 달리 라요의 수입은 45m유로에 불과하다. 20개 팀 중 1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도 빛이 바랬다. 축구 팬들은 더 이상 라요를 프리메라리가에서 볼 수 없다. 15-16 시즌 18위에 그치면서 16-17 시즌을 세군다디비전A(2부리그)에서 맞게 됐기 때문. 매 시즌 핵심 선수를 빼앗기고도 적절히 공백을 메우지 못한 ‘가난한 팀’의 숙명을 겪게 된 것이다.

유럽 축구에서 2부리그로의 강등은 팀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당장 수익부터가 큰 폭으로 줄어들며, 핵심 선수들의 이탈도 불가피하다. 이러한 수익 하락과 2부리그 팀이라는 환경적 불리함으로 선수 보강이 어려워지면, 전력도 그에 비례해서 떨어지기 마련이다. 1부리그로의 승격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2부리그에서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라요가 다시 한 번 공격 축구라는 자신들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16-17 시즌에 팀의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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