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막전막후]누가 정운찬을 내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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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막전막후]누가 정운찬을 내쳤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6.06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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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더민주와 정운찬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대 총선 정국이 막을 올린 올 연초 무렵, 야권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치열한 인재 영입전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두 정당이 특별히 공을 들였던 인사가 바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두 정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그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정 전 총리의 '경제민주화', '동반성장론' 철학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4·13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돌연 "동반성장을 위한 길이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가야 하겠지만 지금 정치에 참여하는 건 오히려 그 꿈을 버리는 일이 될 것 같은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종인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진 데다 더민주 측에서도 '정운찬 영입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자신했던 터라, 정 전 총리의 갑작스런 정치참여 포기 선언은 많은 의문을 남겼다.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정 전 총리는 더민주와 뜻을 함께할 마음을 굳혔음을 확인했다.

그의 측근은 지난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론을 정치참여를 통해 실현하고 싶어 했고, 더민주 쪽으로 마음을 굳혔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데 더민주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열띤 구애를 할 때는 언제고, 끝내 정 전 총리를 치졸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더라"고 말했다.

무엇이 정 전 총리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만든 걸까. 그가 지난 3월 8일 정치참여 포기를 선언하면서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류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게 분명했다. 또한 정 전 총리는 이 글을 공개하기 며칠 전 그의 주변 지인들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당에 합류하는 게 싫으면 거절하면 될 일인데 나를 아주 더럽고 치졸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내친 걸까 ⓒ 뉴시스

이후, 정치권에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돌았다. 정 전 총리가 김종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비롯한 몇몇 사람을 비례대표 앞순번에 넣어 달라 요청했으나 김 대표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고, 이에 감정이 상한 정 전 총리가 더민주 합류를 접었다는 내용이었다.

정 전 총리로서는 펄쩍 뛸 만한 소문이었다. 이와 관련, 정 전 총리는 지인들에게 직접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해야지 그런 식으로 거짓 소문을 퍼뜨리면 되느냐'라며 황당함과 불쾌감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는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20대 총선 정국 당시 더민주 선대위에 참여했던 핵심 인사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뜻밖의 말이 나왔다.

그는 지난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영선 선대위원을 필두로 몇몇이서 김 대표에게 정운찬 전 총리 영입를 강력히 요구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 정도 되는 사람이 비례대표로 나가려고 하면 되겠느냐. 지역구 출마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식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김 대표 쪽 사람들의 반응이 대체로 김 대표와 비슷했다.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이 줄곧 망설이다가 갑자기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명분이 없다는 논리였다"고 했다.

정 전 총리의 정치참여 포기 선언 직전인 지난 3월 6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 발언은 그의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 대표는 '정 전 총리가 영입 대상이냐'는 질문에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는 거지, 총리까지 한 분인데 그런 판단도 못 하나"라고 답했다.

이어 '비례대표 공천은 명망가 위주로 진행되느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내가 살만큼 산 사람인데 대한민국에 명망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총리해서? 장관해서?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을 맡겼을 때 무엇을 했느냐로 따져야지"라고 답변했다.

▲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유세장을 직접 찾아 지원 유세를 할 정도로 박 의원과 친하다. 박 의원은 평소 정 전 총리를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는다 ⓒ 뉴시스

정운찬 불참 후 김종인-박영선, 불화설

박영선 의원과 김 대표의 불화도 눈여겨볼만하다. 두 사람은 본래 친분이 두터웠다. 박 의원의 총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응원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운찬 더민주 참여 포기 이후 이들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두문불출하던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지난 3월 2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박 의원은 입장한지 15분 만에 문을 열고 나왔다. 불화설이 제기됐다. 그리고 김 대표는 박 의원의 유세 지원을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정 전 총리 영입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면서 김 대표와 척을 진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종인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가 데면데면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야권의 소식통이라고 불리는 한 인사에게 물었다.

그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예전에는 친분이 있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정 전 총리가 이끄는 동반성장포럼 강연에 김 대표를 강사로 직접 초빙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사람의 포지션이 겹친다. 경제민주화라는 신념도 그렇고 경제적 추구 방향도 닮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 전 총리에 비해 여러모로 많은 약점을 가졌다. 전두환 정권 국보위 참여나 동화은행 뇌물 비리와 관련, 구속된 전력도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 볼 때 20대 국회에 함께 등원하면 시너지 효과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깎아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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