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출과 서청원의 통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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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선출과 서청원의 통큰 정치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6.06.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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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얻었지만 이긴 느낌이 없다.

그 동안 더민주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다 제3당인 국민의당이 제안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더민주는 받아들였지만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직관적으로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의 잘못이 크다.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표결로 뽑는다’라는 국회법에 따르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8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양보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유력 국회의장 후보인 8선의 서청원 최고위원이 ‘야당이 국회의장을 달라고 하면 주라’고 용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로써 더민주는 국회의장 자리를 얻게 됐다. 일종의 부전승(不戰勝)으로 뭔가 김이 빠진 느낌이다.

만약, 국회의장 자리가 향후 정국을 주도하는데 매우 유용하다면, 방법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 얻어내는 게 맞다. 하지만 그 동안 사례에 비춰볼 때 국회의장은 자신이 소속되었던 정당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무소속 신분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자리 자체가 정계은퇴에 앞선 마지막 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우리는 어느 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가는 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라고 반응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더민주는 이번 ‘국회의장 정국’에서 얻은 게 없어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우리가 먼저 양보했다’는 것을 내세우며 향후 상임위원장 협상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서청원 최고위원은 통 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위상이 올라갔고, 향후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위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 최고위원이 더민주 출신 국회의장보다 실질적으로는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더민주는 이날 새누리당의 양보 선언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환영하기보다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로 국회의장을 뽑자’라는 원칙을 끝까지 관철시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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