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의 두 얼굴④] 유일한 박사의 '정직'은 지켜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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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의 두 얼굴④] 유일한 박사의 '정직'은 지켜지고 있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6.1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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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한' 이름 德만, 기업 정신은 '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유일한 박사의 어록이 새겨진 유한공고 시계탑. ⓒ유한킴벌리 대리점주협의회

‘정직’ 이것이 유한의 영원한 전통이 되어야 한다.

유일한 박사의 어록으로, 이 글은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세운 유한공고 시계탑에 새겨져 있다.

독립운동가인 유일한 박사는 애국·애족의 정신을 기업경영의 기본 이념으로 삼으면서도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때문에 기업가로서의 유일한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오히려 긍정으로 다가와 정직한 이윤을 추구, 유한양행을 제약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유일한 박사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남기고 지난 1971년 타개했다.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설립한 기업은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다. 유한양행은 1926년 유일한 박사의 100% 자본으로 설립한 회사인 반면, 유한킴벌리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가 4 대 6의 지분 비율로 세웠다. 킴벌리클라크는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위생제지회사다.

유한킴벌리는 문국현 사장이 재직 시까지는 존경받는 기업, 착한기업 등의 숱한 수식어가 붙는 그야말로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익광고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만든 인물이 바로 문국현 전 사장이기도 하다. 문 전 사장은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2007년 유한킴벌리는 떠났다.

문국현 사장이 유한킴벌리를 비우면서 킴벌리클라크의 유한양행을 상대로 주주배당 확대와 기술사용료 증액 요구도 본격화 되는 등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2010년 최규복 사장이 취임한 후 2년간 경영실적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경영상황이 악화되는데도 불구하고 킴벌리클라크의 배당금과 기술사용료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킴벌리클라크가 지분 비율에 따라 이사 1명을 더 요구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고, 법정까지 가면서 42년간의 평화 공동경영에 파열음이 가는 사단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킴벌리클라크의 손을 들어줬고 같은 해 7월3일 주주총회에서 킴벌리클라크는 결국 자신들의 뜻대로 이사수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유한양행이 주도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의 해임안도 부결됐다.

업계에서는 지분에서 밀리고 이사 수에서 밀리는 등 주도권에서 밀려난 유한양행이 경영 일선에서 힘을 쓰지 못하며 킴벌리클라크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일한 박사는 “강한 사람은 강하게 대하고,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 강하게 대하라”고 했다. 외국인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현재의 유한킴벌리를 보면 유일한 박사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여기에 유한킴벌리는 유일한 박사의 애국·애족의 기업경영 이념도 저버리고 있다. 유일한 박사가 최고의 덕목으로 정직을 저버린 것은 덤이다. 마치 유통가에서 유행하는 1+1을 연상케한다.

최근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이 비싼 생리대 가격으로 아픔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생리대가격을 인상해 ‘돈만 쫓는’ 기업이라는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비난이 국민들이 공분으로 확산되자 중저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는 꼼수를 부려 또 다시 비난 중심에 서 있다. 현재 생리대 가격의 거품 논란이 꾸준히 일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의 유한양행 창업 정신은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이다. 함께 나누는, 큰 사랑을 펼쳐 나가겠다는 것이 유한양행의 기업이념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유한킴벌리를 보면 유일한 박사의 정신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 하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이라는 이름 덕을 보고 있다. 이는 누구도 부인을 못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도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이를 시인했다.

국민들도 유한킴벌리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공익사업도 이를 거들었다. 그런데 킴벌리클라크의 지분이 늘면서 킴벌리클라크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최대의 덕목(?)인 이윤추구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모습이다. 착한기업이라는 가면 속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건이 지난 2013년에 폭로가 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 대리점주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유한킴벌리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것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대리점을 상대로 한 과도한 목표 설정과 교묘한 구조의 장려금 정책으로 대리점주에게 갑의 횡포를 부렸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리점간 제품 공급가격을 다르게 매겨 대리점주들을 차별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이후 청와대에도 전해졌으며, 현재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도 협의회가 3년 만에 공정위에 다시 신고를 하며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을 재점화 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같은 사건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무혐의 판결이 난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있다. 제보자 A씨는 최근 기자를 만나 “유한킴벌리의 갑질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도산의 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유한킴벌리나 A씨 둘 중에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황상 유한킴벌리의 갑질에 도산을 당했다는 A씨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한킴벌리는 우리나라 회사도 아니면서 ‘유한’이라는 이름 덕에 우리나라 기업인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유일한 박사의 최대 수혜자다. 이 덕에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런데 유한킴벌리는 우리 국민들이 준 사랑에 대해 저소득층 가정의 소녀들에게 눈물과 대리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 국부유출 논란으로 보답하고 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이제 착한기업, 깨끗한 기업 등 아름다운 말은 유한킴벌리에 어울리지도 적합하지도 않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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