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는 개헌론…속내는 저마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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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는 개헌론…속내는 저마다 달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1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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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노리면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원하면 4년 중임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개헌론에 불 지핀 정세균 국회의장 ⓒ 뉴시스

개헌 논의에 불이 붙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언급으로 시작된 헌법 개정 논의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기름을 부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헌법학자 출신인 ‘진박’ 정종섭 의원까지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음으로써 정치권은 개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주장은 같을지언정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차기 권력 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 개헌주의자들의 공통된 생각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대다수 개헌주의자들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권력을 분산시키는 형태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국방·외교·대외정책 등을 맡고 총리가 행정권을 담당한다. 현실적으로 강력한 대권 후보가 없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영입해 내세우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다. 김종인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면서도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여기에도 개인적 야망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와 박 원내대표 모두 ‘대권 후보’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총리는 노릴 수 있는 인물들인 까닭이다. 대통령제보다는 이원집정부제에서 ‘권력의 정점’에 오를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입장에서는 이원집정부제가 탐탁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차기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반 총장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 총장에 대한 ‘검증 작업’이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이원집정부제를 반가워할 리 없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개헌에는 찬성하지만, 그 방향이 ‘4년 중임제’와 ‘지방 분권형 개헌’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반 총장이 차기대선주자 후보군에 포함된 이후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여전히 안 대표는 강력한 대권 후보 중 한 명이다. 더욱이 아직 대선까지는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호남이라는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진 안 대표로서는 얼마든지 반등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법하다.

안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의 구조가 국민의 기본권이 앞에 있고 그 다음이 권력구조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 정치권에선 권력구조 이야기만 한다”며 개헌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직접적으로 호불호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개헌 논의에 마냥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여의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헌이라는 게 향후 20~30년 동안 정치의 바탕이 될 틀을 만드는 건데, 너나할 것 없이 자기 이익에만 눈이 멀어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정말 국가를 위해 어떤 제도가 이익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진정한 정치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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