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긴장한 새누리, 즐기는 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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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긴장한 새누리, 즐기는 더민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2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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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 따라 정치 지형 재편 가능성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부산에서 열린 가덕 신공항 유치 기원 궐기대회 ⓒ 뉴시스

폭풍전야(暴風前夜)다. 13년째 표류 중인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3~24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해 당사자인 TK(대구·경북)와 부산 주민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이 신공항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새누리, 후폭풍 걱정에 초긴장

“설상가상(雪上加霜)이죠 뭐.”

지난 18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의 관계자는 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전격 결정했다. 예상치 못한 혁신위의 행보에 친박계는 ‘쿠데타’라는 단어까지 동원해가며 비박계를 강력 성토했고, 비박계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격했다. 19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혁신위원장을 만나 사과하며 극한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친박계와 비박계의 반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공항 문제는 새누리당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공정한 입지 평가를 위해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러나 부산 주민들은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이 ‘눈속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부산일보〉가 “산·건축물 등과 같은 고정장애물이 평가기준에 별도의 항목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국토교통부의 한 간부 발언을 보도했다. 고정장애물이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면 주변 봉우리를 깎아서 공항을 건설해야 하는 밀양의 평가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현 정권 실세인 TK 의원들이 이미 밀양으로 부지를 결정했다’는 소문이 도는 배경이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공교롭게도 밀양을 지지하는 TK는 친박계 의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김무성 전 대표, 김세연 의원 등의 지역구가 위치한 부산은 비박계의 ‘거점’과도 같은 곳이다. 지난 1일, 김세연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들의 주선으로 정진석 원내대표가 부산시민단체를 만나자 조원진·김상훈·윤재옥 등 대구 지역 의원들이 곧바로 항의에 나선 것은 이런 기류를 대변한다.

부산의 바닥 민심도 심상찮다. 부산에 거주 중인 한 60대 남성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산이 새누리당 들러리냐”며 이번에 신공항을 (TK에) 빼앗기면 앞으로 새누리당 지지 안 할 사람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디 한 번 두고 보라”고 장담했다. 부산이 고향인 한 30대 남성은 “별 관심이 없던 이슈였는데, 계속 언론에서 신공항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부산이 차별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고향의) 어른들은 TK에 대한 피해의식이 더 많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새누리당이다.

더민주, 꽃놀이패 들고 희희낙락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희희낙락(喜喜樂樂)이다. 결과에 관계없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5명만 뽑아주신다면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뤄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장담했다. 지난 9일에는 부산 가덕도를 찾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대로 용역이 진행되면 부산 시민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라며 사실상 가덕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김영춘·최인호·김해영 등 제20대 총선에서 부산에 깃발을 꽂은 국회의원들도 합세하며 더민주당은 ‘부산의 편’이 됐다.

이처럼 더민주당이 가덕도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침으로써, 신공항 문제는 ‘새누리의 TK’와 ‘더민주의 부산’ 구도가 형성됐다. 신공항 문제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기능했던 영남이 TK와 PK로 양분된 것이다. 가덕도가 신공항 부지로 결정될 경우 더민주는 전공(戰功)을 손에 넣을 수 있고, 밀양으로 가더라도 부산의 민심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19일 기자와 만난 부산 출신의 한 직장인은 “이번에 더민주당이 부산에 많이 신경을 써주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어르신들도 문재인(전 대표)이 대선에 나오면 찍어줄 거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신공항 논란이 제20대 총선에서 불었던 ‘야풍(野風)’을 더 강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부겸 의원이 밀양을 지지하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사실 민주당의 주 공략 대상이 PK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공항은 꽃놀이 패”라며 “새누리당은 골치가 아플 테지만, 민주당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공항 문제로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PK의 민심을 더민주당이 흡수하는데 성공할 경우,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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