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표 노린 공수표에 시민들만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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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표 노린 공수표에 시민들만 허탈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2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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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큰소리'…지역민, '또 속았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 뉴시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처음 언급한 이래 13년 동안 표류했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대안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역갈등 봉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교적 중립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또한 “김해공항 확장이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최적의 방안”이라며 “정부와 전문가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제대로 된 김해공항 확장과 접근성 보강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수표에 시민들만 놀아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영남권 신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신공항 사업은 국책사업 중 하나로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2011년,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의 타당성 조사 결과, 유력 후보였던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사업 착수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계획이 백지화됐다.

하지만 1년 후, 영남권 신공항 사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공히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경제성 미흡과 환경 훼손 우려를 이유로 사업이 백지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표부터 얻고 보자’는 ‘공약(空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총선을 앞두고도 ‘신공항 미끼’는 유효했다. TK(대구·경북)와 부산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나없이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심지어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신공항 유치를 암시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5명만 뽑아주신다면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뤄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가덕도와 밀양은 타당성 조사라는 첫 번째 허들마저 통과하지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현실적 고려 없이 내놓은 공약에 지역 주민들만 놀아난 셈이다. 실제로 대구에 거주하는 한 50대 남성은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된 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또 속았다”며 한숨을 내쉬었고,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국회의원) 다섯 명 뽑아주면 공항 지어 준다던 문재인은 어디 있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를 얻기 위해 했던 약속보다 앞으로 표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부터 하는 게 정치라서…”라며 말을 흐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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