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하고도 '쉬쉬'하는 중소보험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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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지급하고도 '쉬쉬'하는 중소보험사, 왜?
  • 서지연 기자
  • 승인 2016.06.23 16: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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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형사 눈치 보여…"늑장지급도 떳떳하진 않았을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서지연 기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중소보험사들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시민단체와 금융당국이 그렇게 압박하던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고도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먼저 나서서 홍보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보통 때면 공식 보도자료를 내는 등 홍보에 여념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자살 보험금 미지급금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한 보험사는 하나·신한·메트라이프·DGB생명, 그리고 ING생명이 뒤를 이어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흥국생명도 이달 내로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생명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 사고건 1건(1억6700만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완료했고, 신한생명은 99억원, 메트라이프생명은 79억원, DGB생명은 3억700만원의 미지급 건이 남아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대형 생보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크게 부담이 없는 수치죠.

사실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3개 보험사는 이미 5월 31일에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을 결정, 금감원에 보고했음에도 특별한 공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ING생명도 공식 보도자료가 아닌 자료공개 선에서만 알렸습니다. 해당 보험사 복수의 관계자는 “특별히 보도자료를 내거나 알리지 않고 먼저 알게 된 이들에게 대답해 주는 정도로만 응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한 업종 내에서는 다른 회사와도 같은 부서 관계자들 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정보공유 등 업계 전반적인 이슈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라는 힘든 상황 속 지급 부서들 간의 유대감은 더욱 형성돼 있었겠죠. 실제로 해당 보험사의 지급부서 관계자가 홍보 담당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다른 생보사 관계자들의 눈치가 보이니, 너무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는 전언입니다.

또 깔끔하게 먼저 지급한 것이 아니고, 논란이 되니 뒤늦게야 지급한 점도 떳떳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당국과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다가, 당국이 전수조사를 계획하는 등 엄중처벌을 경고하자 마지못해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또 다른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깔끔하게 지급한 것도 아니었고,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 나서기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고객권익 존중’과 ‘고객과의 신뢰’ 측면에서 이들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림에 따라 대형 생보사들은 부담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형사들이 지급해야할 자살보험금이 금감원에 보고한 것 보다 더 많다는 의혹까지 나와 ‘엎친데 겹친’ 형국입니다.

하지만 남겨진 보험사 중 상장사 등의 경우는 배임 등의 문제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근거도 없이 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나중에 배임 문제에 휘말리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는 주장입니다.

당국과 남은 보험사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루빨리 올바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랍니다.

담당업무 :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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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2016-06-23 19:16:01
보험 관련해서 항상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사를 읽고 많은 정보를 알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