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말하다②]與野 대권주자, 권력구조 놓고 ‘시각차’
[개헌을 말하다②]與野 대권주자, 권력구조 놓고 ‘시각차’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25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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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문재인, 4년 중임제 선호…대중성 낮을수록 이원집정부제 지지 경향 강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정세균 국회의장 ⓒ 뉴시스

개헌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지난 13일 제20대 국회 개원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화답하면서 증폭된 개헌 논의는 어느덧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여기에 차기 대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새누리당의 ‘현실적 고려’까지 더해지면서, 헌법 개정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CBS〉가 의뢰하고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진행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9.8%가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현역 의원 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250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각론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대체할 체제로 거론되고 있다.

◇4년 중임제

4년 중임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선거를 통해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과 독재를 방지하는 장점이 있으나, 정책의 지속성이 없고 책임 정치가 불가능하며 임기 말 레임덕이 반복된다는 단점이 있다. 4년 중임제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대안이다.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와 달리 ‘중간 심판’이 가능해 책임 정치 실현이 가능하고, 최대 8년간 집권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 임기를 맞출 수 있어 정치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4년 중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유지한 채로 기간에만 변화를 주는 제도기 때문이다. 또 재선을 의식, 전반기 4년 동안 ‘포퓰리즘 정치’에 빠질 우려도 있다.

실제로 4년 중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선출된 군주’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개헌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

재선을 위한 정치적 ‘무리수’도 종종 등장한다.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에서는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제왕적 권한’이 유지된 상태에서 중임을 허용하는 방식의 개헌은 자칫 대통령의 거대한 권한이 재선을 위해 악용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뒤베르제의 법칙’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미국의 대통령제는 내적 전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는 미국만의 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원집정부제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융합한 형태다. 대통령제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만,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 등 외치(外治)에 집중하고 내정은 총리가 담당한다. 대통령제의 폐단인 권력 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꼽힌다.

이원집정부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현재의 개헌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또한 의회와 내각이 연동되기 때문에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이 최소화되며, 자연스러운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에도 단점이 있다. 우선 의회의 다수당이 대통령을 배출할 경우 권력 분산 효과가 없다.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정파에서 배출되면 사실상 집권여당이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른 정파인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 상황일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대립으로 정치적 파국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상적으로 이원집정부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에서도 세 차례의 동거정부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자신의 권한을 확대 해석, 갈등을 빚었던 경험이 있다.

2000년 국민투표로 대통령 임기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 국회의원과 임기가 같아지면서 동거정부 성립 가능성을 줄였으나, 동거정부가 수립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반목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다.

◇의원내각제

과거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강력하게 주장했던 의원내각제는 다수당이 행정부 구성권을 갖는 제도다. 국민이 투표로 의회를 구성하면, 의회 다수당에서 총리를 선출해 국정의 실권을 부여한다. 사실상 국가수반을 간접적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의례적·상징적 국가 원수 지위만 보유한다.

의원내각제의 장점은 의회가 행정부 구성권을 갖기 때문에 효과적인 국정 수행이 가능하고, 책임정치 실현도 용이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 다수 의석을 보유하면 권력의 집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소수의 여러 정당이 의석을 나눠가지면 정국이 불안정해진다는 약점을 지닌다. 또한 한국처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국가에서 국가의 수반을 국회가 선출하는 방식은 반발을 부를 공산이 크다는 한계도 있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1955년 11월 15일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치면서 탄생한 자유민주당이 56년 간 정권을 잡고 22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일본처럼 여당이 막강하고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의 의원내각제는 자칫 ‘장기집권체제’로 흘러갈 수도 있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들 vs. 총리가 되고 싶은 사람들

제도별 특성이 극명히 갈라지다 보니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의 방향도 달라진다. 우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문 전 대표는 〈리얼미터〉 기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2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박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기 권력’에 가장 가까운 문 전 대표로서는 최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유지할 수 있는 4년 중임제가 최선의 방안일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도 4년 중임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일수록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반면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이나, 현실적으로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낮지만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선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약점을 최소화하고 ‘유엔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원집정부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대권에서는 멀지만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정치력 덕분에 총리 지명 가능성은 낮지 않은 인물들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자, 김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곧바로 기름을 부은 배경이다. 개헌을 ‘기회’로 삼기 위해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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