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실버 민주주의' 시대…세대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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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실버 민주주의' 시대…세대갈등, ‘격화’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6.27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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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고령층 유권자, 정책결정에 '입김'…세대갈등 '심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를 망쳤다."

브렉시트(Brexit)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 2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인용한 젊은 독자들의 목소리다.

세계의 이목은 경제적 여파에 쏠린 가운데, 내부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사회적 분열 양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국민투표 과정에서 세대 간 간극이 분명히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탈퇴와 잔류는 각각 51.9%, 48.1%씩을 얻었다. ⓒ 뉴시스

영국 국영방송 <BBC>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분석한 데 따르면, 유권자 1만 2369명 중 18세~24세는 73%, 25~34세는 62%가 EU 잔류를 지지했다. 그러나 45~54세를 기점으로 잔류 대 탈퇴 비율이 뒤집히면서 65세 이상에서는 60%가 탈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노년층의 탈퇴 선호에는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와 반(反) EU 정서가 깔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탈퇴 캠페인 측이 '통제권을 찾아라(Take Back Control)'를 표어로 걸고, 그 근거로 '영국에 누가 입국할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우리 법을 다시 만들 수 있다'를 내세운 것 모두 동일한 맥락이다.

그러나 영국이 지난 1973년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래 통합 유럽의 일원으로 자라온 젊은이들은 "우린 영국인이 아닌 유럽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EU 탈퇴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과 직결된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춘>은 유럽 금융의 중심지였던 런던에서 당장 일자리 4만 개가, 장기적으로는 10만 개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의 격심한 세대 갈등은 투표 시행 이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결국 장·노년층의 표심대로 결론이 났다. 이를 두고 '실버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버 민주주의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고령화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이들의 의사가 정책결정 과정을 좌우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인 일본에서는 10년도 전부터 실버 민주주의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06년 자민당은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을 10%에서 2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에 정치권은 결국 현행 유지를 결정한 바 있다. 고령층 유권자의 눈치를 본 셈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인구 문제 전문가인 고미네 다카오 호세이대 교수는 지난 2014년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사회적 비용 부담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실버 유권자의 확대로 노인층에 편중된 사회복지 예산을 청년층 쪽으로 옮겨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리나라 역시 실버 민주주의가 멀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세대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통계국이 지난 4월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 2015'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5.9%로, 일본(40.1%)의 바로 뒤를 잇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고령층 유권자의 영향력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총선에서 각 정당이 노인 공약에 공을 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노인 빈곤층을 위한 기초연금제와 기초생활보장제 개선을 통해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노인 일자리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만 개씩 확대 공급, 78만여 개를 만들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20대 총선에서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49.4%, 30대 49.5%로 19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상승치를 보여줬지만, 40대, 50대, 60대 이상의 54.1%와 65.0%, 70.6%에는 여전히 밑도는 수치였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27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50대 기수론이 거론되는데, 이전 40대 기수론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정계 중심 연령층이 올라간 모습"이라며 "인구구성비율을 봐도 당분간 국내 정치는 50대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그러나 "영국에서 브렉시트 결정으로 세대 갈등이 부각된 것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복지제도가 심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사회적 비용 부담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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