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제자리 걸음'과 정부의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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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제자리 걸음'과 정부의 '탁상행정'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6.06.27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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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전기차 시장 확대 기회 놓치지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기회가 왔을 때 노력해서 최대한 이루라는 뜻이다.

지금 전기차 시장을 봤을 때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개발하고 있는데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의사를 밝히며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물은 들어온 상황이다. 그러나 뱃사공인 정부는 노를 저을 생각이 없어 보여 답답함을 자아낸다.

단적인 예로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서 국내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340여 개소 정도 있다. 환경부는 이에 더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50개 소 추가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처사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누적대수는 5767대다. 올해에는 추가로 최대 8000대 가량의 보급이 이뤄질 계획이라 약 1만4000대에 육박하게 되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전기차 35대 당 충전소는 1개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 10만 대에, 전기차 충전소는 2015년 기준 4만 개소(개인 충전소 포함)를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대략 전기차 3대에 충전소 1개 꼴인 셈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일반 주유소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더 많다고 하니 일본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일본이 전기차에 대한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길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업체들만의 전기차 출시 노력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며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이같은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다.

기자는 전기차를 실제로 몇일 간 몰아본 경험이 있다. 전기차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화석연료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엔진 소음도 없는 데다 일반 가솔린 승용차에 비해 밀리는 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주행 내내 배터리가 방전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으며, 시내에서 충전소를 이용하려면 대부분 충전소가 건물 내에 있어 전기 충전비용에 주차료가 덤으로 붙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래저래 끌고 다니다보면 배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교외 드라이브는 더더욱 불안해 꿈도 못꿨다. 단순히 시내 출퇴근용으로만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한 환경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 역시 전기차 협회장이기는 하지만 전기차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 지금 상황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하라 하면 못 사겠다는 식으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다 전문성마저 갖추지 못해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프라 혹대 방안과 필요성을 설명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 구매로 인한 불편은 오로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몫이 돼버린다. 결국 정부가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금의 시장 확대 기회를 놓쳐버리고 흐름에 뒤떨어져 관련 산업계의 성장마저 저해하게 될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직시하고 이에 걸맞는 심도있는 정부의 고민을 당부한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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