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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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개그콘서트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3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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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몰염치한 정치권, 반면교사(反面敎師)란 없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는 뜻인데요. 그야말로 ‘뜨거웠던 6월’의 정치권을 보면서, 저는 이 속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제20대 국회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새정치’를 내세우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던 국민의당은 가장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었던 김수민 의원이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인쇄업체 등 업체 두 곳으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던 벤처기업 ‘브랜드 호텔’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2억3천만 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입니다.

게다가 문제가 불거기자 김 의원은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게, 왕 전 부총장은 박선숙 의원에게 화살을 돌림으로써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까지 보였습니다.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정치’에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왔던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의 ‘갑질’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서 의원은 3년 전 대학생인 딸을 의원실 인턴으로 5개월간 채용하고, 딸은 이 경력을 활용해 로스쿨에 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년에는 동생을 비서관으로 채용해 비판을 받았으며, 4급 보좌관으로부터는 월급 500만 원 중 100만 원씩을 후원금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논문을 표절하고 남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등의 의심을 사면서 도덕성의 우위를 내세우던 더민주당을 머쓱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치권의 ‘개그콘서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재조정, 보좌관 친인척 채용금지와 같은 것을 정치발전특위에서 다루겠다”며 “의원들이 관행으로 당연시한 것을 청년들은 불공정행위라 분노한다”고 더민주당 서 의원을 정조준 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했단 사실이 연이어 정 원내대표는 뒷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3당 체제’를 구성했다는 세 당 모두 제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허물만 헐뜯다가 무안을 당하게 된 꼴입니다.

공자는 ‘三人行(삼인행), 必有我師焉(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기불선자이개지)’라 했습니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으니, 그들의 좋은 점을 좇아 따르고, 나쁜 점을 살펴 고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은 앞에 걸어가는 세 사람의 나쁜 점만 찾아서 비난하는 데 혈안이 돼있는 듯합니다. 이제라도 세 당은 국민들이 왜 20년만의 3당 체제를 허락했는지를 숙고해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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