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생리대 부착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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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생리대 부착 퍼포먼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7.0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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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생리대 부착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생리대 가격 인상과 생리대를 위생대로 바꾸자는 발언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경복궁역 벽에 생리대를 부착하자는 퍼포먼스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진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016년 7월 3일 일요일, #생리대 붙이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은 생리대 가격 인상과 생리대가 거북하다는 한 구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며 이날 경복궁역으로 모여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자는 내용이다.

글은 “지난 6월 1일 국내 최대의 생리대 업체가 새로운 흡수기술 도입을 이유로 생리대 가격을 7.5% 인상했다. 이는 ‘통보’였다”면서 “정부는 생리대 가격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우리나라의 생리대 가격은 OECD 국가의 2배에 달한다”면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소비자 물가지수는 9.81% 올랐지만 생리대 가격은 24.59%나 올랐다. 주원료인 펄프 가격은 29.6% 하락했고, 부직포는 7.6% 하락했는데”라며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런 가격이 거품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생리대와 똑같은 재료를 쓰는 기저귀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생리대가 거북하다’는 지역의 한 구의원의 발언을 빗대 생리대에 대한 왜곡된 편견도 비난했다.

글은 “우리는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는 것조차 억압 받아왔다. 학창시절 친구에게 생리대를 빌려줄 때는 ‘몰래’ 줘야했다”면서 “지난 (6월)15일 한 남자의원은 ‘생리대라는 말은 거북하니 위생대라고 하면 대충 다 알아들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생리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현상처럼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또 “포털사이트 다음에선 피 묻은 생리대의 이미지를 ‘위해매체’로 분류해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인류의 절반은 생리를 하고 있다. 이것은 왜 이렇게 숨겨야 하는 일이 됐을까”라며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위해매체를 생산하고 있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글은 이어 “우리는 생리대를 벽에 붙이는 것으로, 이것이 숨겨야 할 일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도 아닌 인간의 당연한 생리현상임을 말하고자 한다”면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불가피한 출혈에 세금을 매기지 말라고 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퍼포먼스는 오는 3일 경복궁역 5번 출구에 생리대를 가지고 와서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참하는 생리대는 흰생리대, 빨간 물감칠을 한 생리대, 피묻은 생리대, 하고 싶은 말을 쓴 생리대 등이다. 단, 실제 피가 묻은 생리대는 해충을 예방하기 위해 지퍼백 지참을 당부했다.

이들은 “우리의 생리에 대해 말할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동참을 촉구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논란도 일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해당 글의 댓글을 통해 “생리라는 게 감춰야 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경복궁은 문화재고 문화재에 비위생적인 사용한 생리대를 붙이는 건 보는 사람들이 이 행사의 취지보다는 생리 그 자체의 텃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경복궁은 더군다나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 곳인데…”, “소중한 문화유산에…”, “벽같은데 허가받고 생리대 새 거 붙이면 모를까 저건 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경복궁이 아니고 경복궁역이다”라며 생리대 퍼포먼스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6월 1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 정례회에서 남성의원 A씨는 “생리대는 조금 듣기 거북하다”라며 “여성들이나 청소년이 꼭 필요한 위생대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꼭 본회의장에서 생리대라는 것은 좀 적절치 못한 그런 발언”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조례안을 심사할 때 충분히 검토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SNS 등은 물론 국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는 “그가 느꼈을 그 거북함이 참 거북하다”며 비꼬았다. 같은당 심상정 의원도 6월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뭐가 거북했을까. 생리대라는 말이 왜 거북했을까”라며 “명색이 공직자인데 생물학적 기원에 대한 경외심마저 갖추지 못했다는 데에 암담하게 느껴진다”고 한탄했다.

누리꾼들은 “위생대는 한국전쟁 때 쓰던 말 아닌가”, “생리대를 생리대라 하지 못하고…”, “생리대가 듣기 거북하다는 말은 생리를 숨기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등 비난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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