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친박계가 수상하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침묵하는 친박계가 수상하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8.03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오 귀환·민간인 사찰 파문에도 장기간 침묵
친박계가 조용하다. 7.28 재보선에서 MB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 여의도에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재보선을 앞두고 친이계가 움직일 때마다 이재오 복귀를 위한 연막작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 등으로 친이계 내부의 권력사유화 논쟁이 한창일 때도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는 침묵모드를 유지했다.

지난 7.14 전대에 출마한 이성헌 의원이 전대 선거기간 중 정두언 최고위원을 향해 쓴소리를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아닌 대의원 표를 의식한 행위에 가까웠다.

전대가 끝나자 이성헌 의원은 "기회가 되면 얘기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한 채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기회가 아니어서 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일단 이재오 의원의 귀환을 보는 친박계 내부의 분위기는 다소 복잡하다. 건들지 않으면 터지지 않지만 건들면 터지는 일종의 지뢰밭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뉴시스

친박계가 침묵하는 이유는 그간 저돌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던 이 의원의 원내복귀로 인해 친이-친박간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높지만 이 의원이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연막작전을 펴며 친이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의원은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이라고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지 않느냐"며 "이 의원도 낮은 자세로 국민들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화합을 통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지 않겠느냐. 당내 분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잘마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은 지난달 29일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재오 의원의 당선과 관련, "그의 복귀는 구심점이 없던 당내 친이계 결속에 힘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 "여권 내 권력 판도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특히 친박계와 대결 구도를 갖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내부적으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 의원이 김문수 경기지사를 지원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김 지사가 대권을 포기하는 상황이 온다면 친이계 역시 별다른 대안이 없어 친박계와 모종의 전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기에 벌써부터 파열음을 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향후 정치권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유의 '침묵모드'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박심(朴心)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사분오열하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에는 실익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간인 사찰 파문 등으로 친이계가 내부적으로 분파성을 보이며 지리멸렬할 가능성도 높아 친박계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3 개각 이후 정국을 미증유의 위기 속에 몰아넣었던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두고 친이계와 사즉필생으로 맞섰던 친박계. 그들의 침묵은 이유 있는 침묵일까. 이유 없는 침묵일까. 침묵 속에 내재된 정치적 함의(含意)를 놓고 정치권은 설왕설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