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12일 대한민국 최저임금위원회 정부 측 대표 공익위원들이 2017년도 최저임금 중재안(심의 촉진구간)으로 6253원~6838원을 제시했다. 올해 시급 6030원 대비 3.7~13.4%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1만 원'과 '동결'을 각각 고수하고 있는 노동자 대표위원, 사용자 대표위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지체됐고, 법정 시한까지 넘기자 공익위원들이 나선 것이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 구간 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노사는 모두 중재안에 대해 불만을 품은 눈치다. 심의 촉진구간의 최소, 최댓값이 전년(6.5∼9.7%)보다 비교적 크게 나왔기 때문이다. 어느 쪽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양측의 갈등만 심화시키는 실망스런 중재안이라는 지적이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중재안이라는 비판도 시민사회계에서 나온다. 6030원 동결 주장과 1만 원 인상 주장의 중간값은 약 8000원이 아닌가.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위원들이 이를 어기고 사용자 측에 편중된 대안을 내놓은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를 보니, 얼마 전 사회 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고위 공무원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이 떠오른다.
가축 사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사료용 곡물가격이 크게 급등했다고 한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 7월물 곡물선물 톤(ton)당 정산가격은 옥수수 172.28달러, 대두 426달러로, 두 달 전 옥수수 148달러, 대두 353달러보다 각각 16.40%, 20.67% 올랐다.
오는 8월 미국에서 수확되는 곡물 작황을 살펴봐야겠지만, 옥수수의 경우 9월 물량이 톤당 20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개·돼지 사료에 쓰이는 곡물 인상률이 대한민국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2017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3.7~13.4%를 훌쩍 상회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가축들에게도 밥은 충분히 먹인다. 우리 국민들을 진정 개·돼지로 치부한다면 최소한 사룟값은 제대로 줘가며 부려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를 대표하는 공익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혹시 민중을 개·돼지만도 못한 존재로 여기고 있는가.
"민중은 개·돼지"는 지난해 인기영화 〈내부자들〉에서 논설주간 이강희로 분한 배우 백윤식 씨의 대사로 유명세를 탄 말이다. 2017년도 최저임금 협상 과정을 살펴보니, 명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 역을 맡은 프랑스 배우 필립 느와레가 남긴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혹독하고 잔혹하다"는 대사가 문득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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