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GO)' 광풍과 창조경제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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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GO)' 광풍과 창조경제의 허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1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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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문제는 콘텐츠'…미래 성장 동력, 아래로부터 창출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Pokemon GO)'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닌텐도

일본 닌텐도가 출시한 AR(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아직 정식 서비스가 오픈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 고가 실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많은 게이머들이 해당 지역을 찾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증강현실 게임은 VR(가상현실) 게임의 일종으로 실제 환경과 사물에 게임을 접목시켜 게임 속 가상 세상을 현실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포켓몬 고는 게이머의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게임 콘텐츠로 활용한다. 게임 자체의 재미는 물론, 해당 지역 명소와 관광지 등을 연계해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우리 게임업계에서는 포켓몬 고 광풍을 보면서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애초에 증강현실은 우리나라가 먼저 개척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닌텐도보다 먼저 뛰어들었던 MB·박근혜 정부, 실패한 이유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모바일 AR 개발을 선정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증강현실 원천 기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선점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증강현실 시장은 여전히 척박한 실정이다.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콘텐츠'에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포켓몬 고가 대표적인 예다. 핵심 기술은 그리 특별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포켓몬'이라는 인기 문화 콘텐트를 증강현실 게임에 활용한 게 광풍의 주요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대부분 기술 발전과 빠른 사업화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문화·사회 분야에 대한 연구에 미흡했다. 결과와 치적 만들기에만 급급해 '좋은 과정'을 쌓기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는 창의적 콘텐츠의 부재로 이어졌다.

▲ 박근혜 정부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창조경제 사례로 자동차 매뉴얼을 꼽고 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MB 정부는 모바일 AR 기술을 박물관·관광지 체험에 국한해 지원했다. 4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120억 원이라는 예산이 투자됐지만 이에 대해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창조경제의 사례로 증강현실 자동차 매뉴얼을 꼽는다. 잠시 눈길을 끌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콘텐트가 아니라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창조경제 사례로 내세우는 VR 기술을 이용한 스크린골프도 해외에서는 맥을 못 추는 눈치다.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지배력 70~90%에 이르는 골프존은 2014년 캐나다·대만에서 철수했고, 현재진행형인 북미·중국 등지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후문이다. 기술력 문제보다는 지역 특화 콘텐츠의 미비에 따른 실패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창의적 콘텐츠 나올 수 없는 업계 문화…"닌텐도의 기업정신 '수평사고' 주목해야"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콘텐츠를 창출해야 된다는 말이 일선 현장에서 나온다.

지난주 기자와 만난 중소 게임업체의 한 개발자는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실제 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획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위에서 지시·명령한대로 그대로 따라야 하고, 그렇게 결과물을 내야 한다. 개발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제안하면 묵살되기 일쑤다.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창의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업무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박봉에 과중한 근무시간, 위에서는 쪼아대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건 인력 부족 문제로 직결된다. 예전에 스타트업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 중에 CEO와 투자자들한테 시달리다 못 이겨서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인력이 없으면 좋은 콘텐츠가 나오겠느냐. 악순환의 연속이다."

14일 기자와 통화한 한 업계 관계자의 말도 귀기울일만하다.

"포켓몬 고 광풍을 일으킨 닌텐도의 기업정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수평사고'다. 첨단기술에만 목을 매다보면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오래된 기술로도 소비자들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수평사고다.

이는 다른 의미의 '수평사고'와 직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투자자와 일부 관리자들이 콘텐츠 개발자들을 속박하는 일이 다반사다. 수직적 문화에서 수평적 문화로 거듭나야 제대로 된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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