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기업미소금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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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기업미소금융재단
  • 정은하 기자
  • 승인 2016.07.18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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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는 정부에서 시킨대로 할 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은하 기자)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소금융의 공급채널인 기업, 은행재단, 지역지점 중에서 지역지점의 경영 효율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은행이 규모의 경제와 리스크 관리 부분에 있어 지역지점 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것이고 효율성 제고 등 모든 측면에서 앞서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사고와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 7등급이하 혹은 차상위계층이하의 영세자영업자를 주요 대상으로 2010년부터 시작된 대출사업이다.

▲ 미소금융 대출실적 ⓒ시사오늘

미소금융의 대출실적은 매년 확대되고 있고 연체율 또한 낮은 수준으로 잘 관리되어 현재까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긍정적 평가 가운데 기업‧은행재단이 지역지점에 비해 투입비용 대비 산출물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점은 아쉬움과 함께 의구심을 남긴다.

▲ 미소금융 연체율 ⓒ시사오늘

지난 2013년 지역지점의 효율성은 기업‧은행재단에 비해 매우 낮아 미소금융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준이었다.(연체율 13.1%) 그러나 2014년부터 기업‧은행재단과 비슷한 수준이 됐고(7.6%) 2015년에는 효율성이 가장 높아졌다(6.2%).

이날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지점의 연체율이 크게 개선된 것은 지역지점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심층상담, 금융교육, 컨설팅 등 비금융서비스의 강화를 통해 금융취약계층의 실질적 자활 능력 향상에 노력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역지점이 이처럼 효율성을 급격히 높일 때 기업‧은행재단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일개 기업 재단이라 정부가 시키는대로 따르기만 하지 미소금융사업과 관련해 특별히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정해준 사업방법서와 규정을 따라 대출을 해줄 뿐 자세한 것은 중앙재단에 문의하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기자는 SK미소금융재단에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담당자가 휴가를 갔다”는 얘기와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얘기했느냐. 왜 이런 걸 물어보느냐”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런 대기업이 우리 사회 약자를 위한 미소금융 사업에 이렇게 영혼 없는 태도를 보이는 점에 씁쓸함을 느끼는 건 기자 뿐일까?

담당업무 : 공기업과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變係創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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