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준수]감시와 처벌 강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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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준수]감시와 처벌 강화, ‘시급’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23 09: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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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위반 처벌은 약하고 인력 부족한 노동청은 감시·감독 못 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났다. 지난 16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7년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올해(6030원) 대비 불과 7.3% 오른 수치다. 정치권에서 약속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는 경영계의 전가지보(傳家之寶) 앞에서 힘없이 좌초했다. 당연히 노동계에서는 극렬 반발했고, 혹시나 했던 300만여 명의 최저임금 해당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한구석에는 6470원마저 부러워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지난 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는 올해 3월 기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모두 263만7000명에 달한다고 고발했다. 실제로 〈시사오늘〉 취재 과정에서도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지만 월 100만 원의 수입조차 올리지 못하는 근로자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관련기사 - [최저임금]생존비와 생활비…국민적 관심, ‘절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961). 집세와 식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최저임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일은 대체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임금노동자 7명 중 1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 시사오늘

넘치는 노동력, 아쉬울 것 없는 사장님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0.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29세의 젊은이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실업률 자체가 ‘노동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으나 일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 최근 4주 동안 수입을 위해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 취업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니트족(NEET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등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질 실업률은 10.3%의 몇 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집에 눈치가 보여서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좀 괜찮은 알바 자리는 경쟁률이 5대1 가까이 되는 데도 있다더라”라고 말했다. 신촌에서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는 50대 사업주 역시 “아르바이트 공고를 내면 금방금방 연락이 온다”면서 “아무래도 일이 힘들다 보니까 그만두는 사람도 많긴 한데, 사람이 없을 까봐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임금이 하락하는 것이 경제학적 원리다. 6030원 기준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므로, 자연히 균형임금이 떨어진다. 또한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근로자의 대부분은 단순 노무 제공자인 까닭에, 노동력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훈련비용도 높지 않다.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해 노동력이 넘쳐나는 데다 대체 비용도 높지 않다 보니 균형임금이 계속 하락하는 것이다. 〈시사오늘〉 취재 결과, 여전히 개인사업장 중 상당수는 6030원의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고 있었다.

최저임금 위반? 감시 못 해요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학적 원리와 시민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가 불가능하다. 노동법이 등장한 배경이다. 이처럼 노동법은 시장의 원리를 거스른다는 본질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감시·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법 위반 여부를 단속해야 하는 노동청 공무원들이 오히려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근로감독관의 직무를 △노동관계법령과 그 하위규정의 집행 △노동관계법령 위반의 죄에 대한 수사 등 사법경찰관의 직무 △노동조합의 설립·운영 등과 관련한 업무 △노사협의회의 설치·운영 등과 관련한 업무 △노동동향의 파악, 노사분규 및 집단체불의 예방과 그 수습지도에 관한 업무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우리사주조합의 설립·운영 및 사내근로 복지기금의 설립·운영 등과 관련한 업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건설근로자퇴직 공제사업의 운영 등과 관련한 업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차별시정 등과 관련한 업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급여제도의 설정 및 운영에 관한 업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차별시정 등과 관련한 업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장의2(고용상연령차별금지)의 적용과 위반사항 조치에 관한 업무 △그 밖에 노동관계법령의 운영과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시하는 업무 등 총 13개 항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단속하는 사법경찰관의 직무 외에도 수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자리가 근로감독관이다. 

▲ 인력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노동청은 최저임금 위반을 감시·감독할 여력이 없다 ⓒ 시사오늘

인원도 부족하다. 지난 17일 KBS는 현재 근로감독관 수가 1547명으로, 정원인 1696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근로감독관이 부족해서 행정자치부에 400명 충원을 요구했는데 올해 37명, 내년 15명이 충원되는 데 그쳤다”며 “근로감독관 1명당 담당하는 사업장 수가 수천 개에 이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들을 세세하게 감독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방노동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 역시 “밤 10시 11시에 퇴근하는 게 보통”이라면서 “업무는 많은데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동청 공무원들부터가 인력 부족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감시·감독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적발돼도 돈만 돌려주면 ‘무죄’

너무 약한 처벌도 문제다. 최저임금법 제28조는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 919건 중 실제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는 19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시정조치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개별근로관계법 위반사항 조치 기준을 ‘시정기간 내에 시정하도록 서면 지시하되, 기한 내에 시정완료하면 내사종결하고,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아니하면 범죄인지 보고 후 수사에 착수한다’고 정해뒀다. 즉,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적발되더라도 업주가 최저임금에 미달한 만큼의 차액만 근로자에게 지급하면 행정지도로 종결된다. 근로감독관의 집무규정이 오히려 사업주들에게 ‘걸리면 그때 수습하자’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명동에서 식당을 경영했던 한 업주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다 주면 바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단속에) 잘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법을) 몰랐다고 하면 그냥 지나가니까 최대한 (임금을) 깎으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해서 얼마나 이득을 얻느냐는 물음에는 “하루에 7~8만 원 아꼈으니 한 달에 200만 원쯤 덜 쓴 것”이라고 답했다.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만 제대로 지켜도 최저임금 준수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노력 없는 노동법은 사법(死法)일 뿐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 준수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방문 확률과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때 벌칙 수준의 함수”라고 했다.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독관의 수를 늘려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적발됐을 때 강력한 벌칙을 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 최저임금법 위반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 ⓒ 뉴시스

이 중 두 번째 요소인 ‘강력한 벌칙’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 1일 최저임금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에 대한 벌칙이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조정되고,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에게는 적발 즉시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또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해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는 그 손해액의 10배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갖게 된다.

이 법안에 대해 이 의원 측은 22일 〈시사오늘〉과 만나 “처벌을 강화함과 동시에 공무원 수를 늘려 사업장 방문 확률을 높이는 것이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나, 지금으로서는 처벌을 강화해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노동부나 사회복지 공무원처럼 사회적 약자를 도와줄 수 있는 공무원 수를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감시·감독의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노동청 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와 노동력 부족으로 감시·감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고용노동부에 배정한 공무원 수는 최소 필요 인원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인력 문제가 지속되는 한,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공언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부 차원의 법률 개정과 행정부 차원의 인력 충원이 동시에 이뤄질 때, 법적 최저임금마저 부러워하는 ‘법 밖의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다.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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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2016-07-24 09:36:16
갑질없이 일만 할뿐 인간적인 예우와 사람으로서 똑같은 보상 평등권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아이세금까지 누가 다 가져가 마이너스를 만들고 있나요 전문가는 이것을 분석해서
국민의 알권리로서 언론에 세밀히 실어 좋야 합니다.

홍길동 2016-07-24 09:17:00
늘어나는 공무원 등의 봉급 및 각종 수당, 퇴직금, 일시금, 성과금, 복지카드, 밥값 등은
무엇을 충당하나요.....비정규직도 자기보호로 노조가 필요하며, 일정급여로 자녀교육 등으로 제대로 먹고 살수 있는 임금제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