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호재 만난 삼성 이재용…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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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승계 호재 만난 삼성 이재용…실상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2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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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승계 작업에 있어 연이은 호재를 만난 모양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홈런을 치면서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그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승승장구 이면에 '쥐어짜기'라는 그림자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승계를 수월하게 펼치기 위한 단기적 수익에만 치중하면서 기업 성장동력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뉴시스

굳건해지는 '이재용 체제', 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매출 200조 원을 돌파했다. 또한 올해에도 1분기 영업이익 6조6000억 원, 2분기에는 8조 원대의 영업이익(잠정치)을 달성했다. '이재용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는 호평이 나온다.

또한 과거였다면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에게 '비보'가 됐을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지금은 '호재'로 작용하는 눈치다. 지난 30년 동안 그룹 전반에 드리운 '이건희 체제'의 그늘이 힘을 잃으면서 '이재용 체제'가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제기된 지난주 금요일(22일) 삼성SDS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36%나 올랐다. 삼성SDS는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종목으로 향후 경영승계 작업의 밀알이 될 공산이 크다.

증권가의 전망도 이와 흡사하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삼성그룹이 삼성SDS 물류 부문을 삼성물산 자회사로, IT서비스 부문을 삼성전자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삼성SDS가 인적분할되면 삼성물산의 IT서비스 부문 지분과 삼성전자의 물류 부문 지분을 서로 맞바꿀 수 있게 된다. 지배구조 개편의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조직개편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삼성SDS의) 인적분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게 당면과제"라고 강조했다.

'쥐어짜기' 정황 증거 곳곳에…"경쟁 우위 놓칠 것"

하지만 일각에는 이재용 체제의 삼성전자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부회장이 단기간에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다가 무리수를 둘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정황 증거는 삼성전자의 재무제표 곳곳에 노출돼 있다.

우선, '판매비와관리비'의 감소다. 이는 기업 관리와 유지, 판매 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건비, 복리후생비, 광고비, 그리고 연구개발비 등 매출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영업비용을 의미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재용호(號)가 닻을 올린 2015년 삼성전자의 '판매비와관리비'는 50조7579억 원으로 2014년 52조9020억 원보다 2조1441억 원 줄었다. 이 같은 기조는 2016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16년 1분기 매출액 대비 '판매비와관리비' 비중은 25.57%로, 2015년 1분기 25.85%보다 0.3% 가까이 축소됐다.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는데 판매비와관리비가 줄고 있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청신호다. 인건비, 복리후생비, 광고비, 그리고 연구개발비 등에 굳이 많은 돈을 쓰지 않더라도 회사가 유지·발전될 만큼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판매비와관리비' 통계. 자료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 시사오늘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적신호가 될 수 있다. 판매비와관리비를 긴축해 실적을 순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도, 이를 지속적으로 쥐어짜다보면 경쟁에서 뒤처질 공산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례로, 2015년 삼성전자의 '판매비와관리비' 항목에서 '연구개발 총지출액'은 14조8487억 원으로 2014년 15조3255억 원보다 4768억 원 줄었다. 지금 당장은 경쟁 우위에 있더라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임직원의 희생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31일 기준) 삼성전자의 정규직 직원 수는 9만5781명으로 지난해 1분기(3월 31일 기준) 9만7300명에 비해 1519명이나 감원됐다. 같은 기간 급여총액 역시 840억5200만 원 가량 감소했다.

▲ 삼성전자 2015년 1분기, 2016년 1분기 정규직 직원 수와 급여총액 비교 통계. 자료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 시사오늘

이와 관련 서울시립대의 한 교수는 25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관리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다소 쥐어짜내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단기간에 영업실적을 늘리는 데에 매진하려다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겉으로 보기에는 빼어난 성적표이나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신성장 동력을 찾고, 이를 과감히 추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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