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後③]국민안전·소방관 위한 근본 대책은…"외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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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웅 後③]국민안전·소방관 위한 근본 대책은…"외청화"
  • 박근홍 기자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7.2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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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소방관들, "중앙소방본부를 '국가소방청'으로 승격" 촉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오지혜 기자)

<시사오늘>은 181호 커버스토리 '작은 영웅 119'를 통해 일선 현장 소방관들의 현실을 알리고 처우개선 방안으로 '국가직 전환'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보도 이후 기자는 수많은 전현직 소방관들로부터 문의전화를 받았다. 감사 인사를 전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일부는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추가 취재를 제안하기도 했다. '작은 영웅 後'는 이를 토대로 작성된 기획이다. 지난 1편과 2편에서는 '미담으로 가려진 소방관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숨겨진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며 '정부의 책임감'을 촉구했다. 이번 3편에서는 일선 현장 소방공무원들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안해 본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방재史 교훈 무시하는 정부조직 개편

▲ 본지의 기획 '작은 영웅 119' 보도 이후에도 정부는 소방관 처우개선에 미적지근한 눈치다. 본질적인 해결은커녕, 정부조직 개편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기획 취재과정에서 동행취재한 119 구조대원 출동 장면 ⓒ 시사오늘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소방방재청을 편입시켰다. 미국이 연방재난관리청(FEMA) 산하에 소방청(USFA)을 둔 것을 모델삼아 국가 방재시스템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는 시대에 반(反)하는 처사라는 게 일선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부조직과 시스템 개편은 대형사고와 국가적 재난을 사전 방지하거나, 사후 신속·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방재사(史)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들은 크고 작은 사고·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다. 문민정부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전국 시·도에 재난관리국을 신설하고 대대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실설계, 불법 구조변경으로 인해 발생한 1999년 화성 씨랜드수련원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참여정부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고 이듬해 재난관리 컨트롤을 위해 소방방재청을 신설했으나, 2008년 부실시공에 의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방화에 의한 국보 1호 숭례문 전소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2012년 구미 불산누출 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로까지 이어졌다.

잇따른 현장 혼선…'탁상행정'이 낳은 비극
"행정만능주의에 빠져 조직 만드는 일에 혈안"

이는 정부가 조직 개편에만 치중하느라, 사건·사고를 직접 맞닥뜨리는 소방조직 기능 강화에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현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탁상행정을 일삼았다는 비판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자체 통합지휘소 설치'다. 안전행정부는 2013년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통합지휘소'를 두고 부단체장이 현장지휘소장을 맡게 하는 '재난및안전관리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는 재난 시 지역긴급통제단장 역할을 하는 소방서장의 임무와 상충되는 내용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인원을 놓고 국가적 혼란을 빚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통합지휘소'를 운영한 한 지방자치단체가 인명구조 인원을 성급히 판단하고 이를 전파한 것이다. 그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에서 발생한 현장지휘 혼선도 같은 까닭이었다.

이는 보고와 관리 위주의 일반 공무원들의 일선 현장에 대한 무지와 관료적 사고방식이 재난관리의 큰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후에 해당 규정은 재개정됐지만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처럼 우리 방재사(史)가 주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앞서 언급한대로 국민안전처를 신설해 과거와 동일한 방식의 정부조직 개편을 관철했다. 이는 결국 2015년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와 돌고래호 전복사고로 이어졌다.

<시사오늘> 181호 커버스토리 '작은 영웅 119' 취재 이후 본지와 만난 한 소방공무원은 "재난현장 경험이 없는 행정 관료들은 부처 간 이기주의와 행정만능 사고방식의 구태에 빠져 관리 위주의 조직을 만드는 일에 혈안이 돼 있다"며 "재난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장비'와 훈련된 인력을 갖춘 '현장 대응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국민안전부, 중앙소방본부→국가소방청'
"국가직-지방직 신분 이원화…강력한 지위동원 체계 가동 '애로'"

▲ 지금 이 시간에도 일선 현장 소방관들은 국민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본지와 만난 전현직 소방공무원들은 이제 중앙소방본부의 '외청화', '국가소방청'의 출현을 요구한다. ⓒ 시사오늘

이와 관련, 전현직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국민안전처에 편입된 소방방재청을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장 대응조직 강화를 통해 국민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소방조직의 외청화로 소방관의 처우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민안전처는 일반 행정공무원·소방공무원·방재공무원·해경 등 여러 조직이 혼합돼 있다. 이질적이고 업무의 독자성을 꾀하지 못해 부서·직원 간 화학적이고 유기적인 결합이 어렵고,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예를 들어, 일반공무원들은 보통 시급하지 않은 일상적 업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방재공무원들은 사후복구 개념의 토목과 시설관리 위주의 업무가 다반사다. 반면, 소방공무원들은 재난 시 현장 투입, 긴급구조 등을 수행해 일사불란한 대응과 뚜렷한 현장지휘가 요구된다.

특히 타부서의 경우 대부분 단일 신분의 국가직인 반면, 소방직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신분이 이원화돼 있어 현장대응에 필요한 강력한 지휘동원 체계 가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 시·도지사와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가 이중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방관들의 사기도 크게 저하된 실정이다. 결국 전체 국민안전의 저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인창 재향소방동우회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장은 "국민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개편해 안전부총리에게 범정부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고, 중앙소방본부와 해경안전본부를 각각 국가소방청, 해양경찰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며 "소방과 해경을 '외청화'해야 국민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단장은 "이렇게 되면 현행 관할 시·도지사와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이중적 지휘 체계를 단일 지휘체계로 바꿔 강력한 집행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와 동시에 소방사무의 국가직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방기능의 확대와 선진화를 추진해야 한한다. 소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소방장비·기술을 개발·연구하고 일선 현장 소방대원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민안전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소방전문병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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