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리우올림픽 마케팅이 '꼼수'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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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리우올림픽 마케팅이 '꼼수'인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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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비자 기만하는 KT, 상도덕에도 어긋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리우올림픽) 개막이 목전에 왔다. 올림픽은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홍보의 장'이다.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자사의 제품과 브랜드를 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기업이나 '마케팅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막대한 후원금을 지불한 기업만이 올림픽을 활용한 홍보전에 뛰어들 수 있다. 이를 올림픽 공식 후원사라고 부른다. 이는 대회가 장사치들의 장이 되지 않도록, 올림픽 정신을 순수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만이 리우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1조 원대에 이르는 후원액을 내고 무선통신·IT기기 분야 정식 스폰서 자리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올림픽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국내 기업들이 이를 어기고 올림픽 마케팅에 혈안이 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KT(케이티, 대표이사 황창규)다.

▲ KT는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홀로그램 응원 영상을 제작했다. 선수단을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자사 브랜드를 리우올림픽 마케팅 무대에 올리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 KT

KT는 지난 25일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홀로그램 응원 영상을 제작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영상은 오는 8월 6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평창 홍보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KT의 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는 KT가 최근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5G'의 노출 빈도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선수단을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자사 브랜드를 리우올림픽 마케팅 무대에 올리는 셈이다.

이는 상도덕에서 어긋난 행태로 보인다. 동종업계 경쟁자로 볼 수 있는 삼성전자가 거액의 후원금을 지불하고 공식 후원사로 엄연하게 있는 마당에, 슬쩍 숟가락을 올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 KT 브랜드 웹툰 '메달브레이커'의 한 장면. 만화 곳곳에 자사 브랜드가 노출돼 있다. 하지만 KT와 이번 리우올림픽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 네이버 웹툰 캡처

이 뿐만이 아니다. KT는 지난 19일부터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메달브레이커'라는 제목으로 브랜드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KT 선수단 소속 인기선수들을 캐릭터화 해서 올림픽 메달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나아가 전체 대한민국 선수단을 응원하겠다는 게 KT의 의도다. 브랜드 웹툰인 만큼 만화 곳곳에는 '올레 와이파이', 'GIGA LTE', 'GIGA Internet' 등 자사 홍보 장치가 숨어있다.

문제는 웹툰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칫 KT가 리우올림픽 공식후원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웹툰에는 '본 콘텐츠는 KT 브랜드 웹툰이다. 웹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캐릭터 성격이나 내용들은 실제 인물과 아무런 상관없는 픽션이다'라는 언급만 있을 뿐, KT가 리우올림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필적 고의'에 따른 국내 소비자 기만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물론 KT는 우리 올림픽 선수단 'Team Korea'의 공식 파트너이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부문 공식 후원사다. 이를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비난은 삼가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자는 리우올림픽에 있어서 만큼은 KT가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KT가 자사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과시할 수 있는 장은 2016년 리우올림픽이 아니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그게 원칙이다. 이를 어긴다면 우리는 평창에서 국내외 기업들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

KT는 '꼼수' 리우올림픽 마케팅을 자제하고 선수단 공식 파트너로서 선수 응원·격려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차기 올림픽 홍보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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