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朴 대통령, 한시적 조선(造船)특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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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 "朴 대통령, 한시적 조선(造船)특보 필요해"
  • 경남 거제=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7.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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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체질개선 필요…호황기까지 버텨낸다
거제 관광자원 무궁무진, ´준비하는 것 많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경남 거제/김병묵 기자)

신선했다. 소탈한 행보로 나름 유명한 인사임을 알고 갔음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민호 거제시장의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다. 카페로 꾸며진 1층엔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쉬고 있었고, 공무원들의 업무공간은 잘 정리된 은행을 연상시켰다. 안내가 없었으면 그가 시장인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다른 시청 직원들과 똑같은 반팔 티셔츠 유니폼을 입고, 그들 틈에 슬그머니 앉아서 일을 하다가 일어나 반겨줬다. 최근 수려한 풍광과 세계 제일 조선(造船)의 명성보다, 불안한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던 거제다. 그곳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 소탈한 괴짜 시장을 만나보기 위해 <시사오늘>은 지난 달 26일, 거제시청을 찾았다.

▲ 권민호 거제시장 ⓒ김용주 기자

-시장실이 따로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가 오기 전에 시장실은 물론이고, 실‧국장 다섯 명이 독립된 방이 있었다. 모두 개별 냉‧난방이 완비되고, 비서도 딸려 있었다. 예산 낭비라고 생각했다. 선배 시장님들이 다 불미스러운 일로 나가셨다. 그래서 내가 우리 거제시민과 공직자들의 명예, 자부심을 회복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시장실에서 내려왔다. 내가 1층으로 책상만 들고 내려와 버리니까, 다들 방을 싹 없애버렸다. 돈도 많이 남겼고, 카페나 전시실 등으로 시민들에게 공간도 돌려줬다. 처음에 공무원들이 좀 불편해 하다가, 지금은 내가 있든 없든 크게 눈치보지 않고 일을 본다.하하.”

-관공서에서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도 처음 보는 듯 싶다.

“처음에 내가 당선돼서 와 보니, 공무원인지 시민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 그래서 옷으로 구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들에겐 찾기도 편하고, 보다 친절하게 된다. 또한 한눈에 공무원인줄 알 수 있으니 어디 나가서 저녁에 술먹고 범법행위를 하거나, 하다못해 무단횡단도 하기 어렵다. 물론 반발이 심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강제로는 권하지 않았는데, 내가 모든 행사를 가리지 않고 이 옷을 입고 다니니 하나 둘 입더라. 처음엔 내게 ‘찍힐까’싶어서 입었겠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칭찬하고 모두가 좋다 하니까 다들 별 불만이 없어졌다.”

-지역 정가에선 소탈한 행보로 유명세를 탔다. 계기가 있나.

“6년 째 모닝(경차)을 타고 다니고, 출장 나가도 찜질방 가서 잔다며 소탈하다는 평가를 해 주시는데, 요즘은 리더십이 서번트 리더십 아닌가. 리더가 스스로 겸손하고 낮추는 시대다. 나는 도의원 시절에도 혼자서 다 했기 때문에 지금 수행비서도 없다. 워낙에 가난하고 처절하게 살아와서 불편함도 못 느낀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특권들을 내려놓는데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가끔 가식이 아니냐고 하는 분들을 보면 조금 화가 난다. 와서 확인을 해보면 될 일이 아닌가. (당선되면) 이때다 싶어 한껏 누리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다. 칭찬을 바라지도 않으니, 그대로만 봐줘도 좋다.”

-가난하고 처절하게 살아왔다고 했다. 간단히 이야기를 좀 들려줄 수 있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남의 집 머슴도 살아봤다. 중학교 땐 학교 급사를 병행하면서 간신히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멸치어선을 4년 정도 탔다. 그 때 나이가 16세니까 대한민국 최연소 고깃배 선원이었다. 그리고 20세에 고등학교를 가서, 군대를 다녀와서 27세가 되어서야 대학을 갔다. 누군가 내게 검소하다고 말한다면 이런 바탕이 내 정신에 배어들어 있기 때문인 듯 싶다.”

▲ 직원에게 보고를 받는 권민호 거제시장. 항상 직원들과 같은 유니폼 티셔츠 복장이다. ⓒ김용주 기자

-휴가도 반납했다고 들었다.

“지역경제가 위기인데, 시장이 쉬러 갈 수 있겠나.”

-조선 불황의 여파로 거제 경제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인가.

“위기는 맞지만 사실 언론에 나온 것 만큼 시 전체가 폭삭 망한 정도는 아니다. 세간에서 마치 거제가 암흑기에 들어간 것처럼 말하는데, 오면서 봤겠지만 거제는 기본적으로 생기 넘치는 곳이다. 지역경제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인구가 자연증가로만 한달에 200~300명씩 늘어난다. 출산율도 1.8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시민들의 소비도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고. 다만 조선업계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시내 중심가의 작은 가게들,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줄었다. 그리고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그 쪽이 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선업계의 전망은 어떤가. 최근 대시민 호소문도 낸 것으로 안다.

“지금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고 유가(油價)가 떨어져 있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이런 불황은 사실 우리 의지로 되는 건 아니다. 예전 IMF 사태 때도 거제에선 개가 만원짜리를 물고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그 때는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호황은 다시 온다. 조선은 결코 사라지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령(船齡)이 평균 25년인데, 그 해에 명수를 다하는 배가 500척일수도 있고, 2000척일수도 있다. 사이클이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FTA가 늘어나면서 사실 선박은 더 늘어난다. 그렇다면 문제는 뭐냐. 지금 호황기가 돌아와도 우리가 선박 수주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그리고 호황기가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불황기는 지금 바닥을 쳤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4년 정도로 본다. 그 동안은 지역경제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호황기에도 수주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의 조선 기술이야 이미 전 세계에 입증된 지 오래다. 한국제 배를 사면 일단 중고선박의 가격자체가 다르다. 그런데 지금 1000원을 받으면 1200원이 들어가는 고임금 구조와, 조선 3사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출혈게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우선 지금과 같은 3사 구조로 가면 안 된다. 물량이 없다. 지금 거의 문 닫았다고 하는 일본이 많이 회복했다. 기술력으론 우리와 같거나 약간 높다고 보면 된다. 중국은 저임금으로 치고 올라온다. 게다가 중국 배의 질은 낮지만, 뒤에 국가가 버티고 있는 게 무섭다. 지금 중국도 150여개 조선업체가 있는데 제대로 가동되는 건 30여개가 안 된다. 그런데 정부에서 밀어주고 있으니 호황기가 올 때까지 버티는 거다. 예를 들어 중국은 금융도 도와준다. 선박수주가 나오면 우리의 경우 선수금 20%를 받아와야 수출입은행에서 80%을 보증해주는데, 수주를 하는 나라에서 5%밖에 못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리스크가 커서 대우나 현대 등이 못 가져온다. 그럼 중국은 5%만 받고, 나머지 납품할 때 받는다면서 가져오는 거다. 이란 등의 선주들이 처음에는 협상을 우리와 한다. 우리 배가 질이 좋은 건 어차피 다 아니까. 그러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중국한테 가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5%만 받을 수는 없는 게, 나중에 선가가 떨어지거나 해서 수주를 포기해 버리면 그게 나중에 일파만파 커져서 기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일을 나눠야 한다. STX나 성동조선해양 등은 중저가 선박에 집중하고, 삼성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은 더 고부가가치 중대형 선박 건조 위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등 방위산업에 강하다. 거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도, 지금 있는 사람들을 무작정 내쫓은 다음에 실업급여를 주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차라리 그 실업급여를 재투자해서, 일이 계속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이 분들이 퇴직할 때까진 버텨서 일거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이 낮아지더라도 일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만약 일자리가 없어져도 관광산업 등의 활성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대통령께서도 이 거제의 위기에 대해 인식은 정확하게 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제언을 말해보자면, 지금 한시적으로라도 전문 조선 관계자 한 사람을 조선 특보로 두고, 향후 진행상황 등을 적나라하게 보고 받아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걸 정부에서 하고, 회사가 할 수 있는 걸 회사에서 해야 한다. 참모들과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통령이 큰 지시를 해야 한다. 조선이 작은 산업이 아니다. 국가기간산업이다. 이만한 일자리 창출 기업이 어디에 있나.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기간산업이고 효자산업이다. 지금의 구조를 체질개선만 시키면 된다. 채권단은 돈을 회수해야 하니까 잘 나가는 회사도 팔고, 숙련공들도 잘라내라 이건데 정부는 달라야 한다. 체계적인 대책과 함께 앞으로도 조선산업이 지속될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으로의 변화도 함께 꾀하고 있다고 들었다.

“다른 조선소가 있는 지역들도 많은데 유독 거제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조선업이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이 많이 늘어도 20%, 농수산업이 10%정도 될까. 거제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용해서 관광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정부에서 다행히 지원 의지가 있다. 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도 지금까진 순조롭게 가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돌파구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들려 달라.

“우선 공약이었던 한화리조트가 들어오기로 했다. 460실 규모에, 모두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다. 이미 대명콘도가 4년 전에 오픈했는데 전국에서 제일 잘된다. 단체숙박시설이 완벽히 구축되면 국내관광객 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들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 이미 그 사전 작업은 꽤 전부터 진행 중이다. 중국에는 한 번도 바다를, 섬을 볼 수 없는 내륙도시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심양시 등을 중심으로 가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반응은 좋다. 슬슬 중국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대우조선해양이 만약 방산에 집중한다고 하면, 그 남은 부지에 복합 해양리조트를 건설해도 된다.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기 충분하고, 그 암벽의 아름답기는 말할 수도 없다. 지금 국내 최대 온실도 건축 중이다. 그리고 지심도라는 섬이 있다. 본섬이나 외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게 원래 국방부 소유였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우리 주민들을 내쫓고 차지한 뒤, 해방 뒤 돌려줄 방법이 없어 국방부가 가지고 있었다. 옛 문서 등을 다 찾아내서 이제 거제시 소유로 이관받기로 했다. 지금 이관작업 중이다. 수 백년 수령의 동백나무군락도 있고, 난대림도 잘 조성돼 있다. 거제의 관광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김천에서 합천의령을 거쳐 거제로 오는 남부내륙철도가 완공될 경우, 수도권과 중부권 3천만 인구가 거제로 접근하기 훨씬 쉬워진다. 게다가 그간 관광관련 국비확보가 어려웠지만, 이번 추경 때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오는 법이다.”

▲ 거제시청의 열린시장실. 다른 직원들 자리와 함께 마련되어 있다. 앞에는 손님을 맞는 테이블. ⓒ김용주 기자

-행정가로서, 정치가로서 본인의 소신을 요약해달라.

“목민(牧民)의 자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렴하고 정직하게 시민들을 받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미 6년간 많은 격려 속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 해왔다. 지금은 조선사업으로 쭉 잘나가던 거제가 흔들리니 다른 대체산업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행정가로서, 정치가로서의 임무다. 남은 임기 2년 동안에도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이젠 새로운 시도 보다는, 추진 중인 것들을 잘 매듭짓고자 하는 마음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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