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쓰나미①]새누리 전대 덮칠까…‘주목’
[정병국 쓰나미①]새누리 전대 덮칠까…‘주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2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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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재창출 불투명…정병국 선택해 ‘남·원·정’ 전면에 내세울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8·9 전당대회는 새누리당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무대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당대표를 선출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택되는 지도부가 2017년 대선을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8·9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일 수 있다. 〈편집자주〉

▲ 8·9 전당대회는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 시사오늘

전례 없는 위기다. 대통령 선출권이 국민에게로 되돌아온 1987년 이후, 보수 여당이 이토록 무기력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권좌’를 손에 넣은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는 말할 것도 없고, 김대중·노무현에게 정권을 내줬던 두 차례의 대선에서조차 새누리당에는 이회창이라는 확실한 후보가 존재했다. 결과가 어땠든, 보수 여당이 ‘믿을 만한’ 후보 없이 대선을 치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에는 뚜렷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누구를 내세워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 이후 지지율 5%대의 군소 후보로 전락했고,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꿨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세균 후보에게 패퇴하며 국회의원 배지조차 달지 못했다. 고향에서 대권 도전의 발판 마련에 나섰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실패를 맛봤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제20대 총선에서 ‘유승민계’로 일컬어지는 자신의 계파를 대부분 잃은 데다, 새누리당 내에서의 비토 세력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설이 강력하게 제기된다. 하지만 조순 전 서울시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직 없는 후보의 당내 경선 참여는 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반 총장은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링 밖의 후보’다. 링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시작될 정치권의 무자비한 검증은 반 총장의 최대 불안요소다. ‘원조 친박’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조차 “(반 총장은) 외교와 국방을 챙길 수 있는 전문가로서는 현재 어떤 정치인들보다 뛰어난 인물이지만, 과연 내부 검증 절차를 견뎌낼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력 대권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지난 12일 “총선 민심과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겪고 있는 혼란과 갈등을 보면 내년 대선에서 이기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 역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붙잡고 서로 엉켜 있는 한 다음 대선은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17년 대선에서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관측이다.

해결책은 ‘바람’

지난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대세론’을 형성했다. 민주당에서 누구를 내세워도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어려운 구도였다. 그러나 그 선거의 최종 승자는 노무현 후보였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까지만 해도 군소 후보에 불과했던 노 후보가 일으킨 이른바 ‘노풍(盧風)’은 2002년 대선판을 휩쓸었다. ‘노무현 바람’은 당초 이인제 후보와 한화갑 후보의 양강 대결로 흘러갈 것이라던 민주당 경선은 물론, 대세론을 탔던 이회창 후보까지 집어삼켰다.

▲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14년 전의 이회창 후보와 마찬가지로 현재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문 전 대표와 맞서기 어려운 것 역시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게 한다. 역사는 이런 상황의 해답을 하나로 압축한다. ‘바람’이다.

2002년 불었던 노풍은 ‘기득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메타포를 자극했다. 고졸이자 부산 출신의 야당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은 학연과 지역주의로 점철된 정치권에 대한 ‘안티테제’를 온몸으로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여기에 ‘5공 청문회’에서 보여준 파격적 언행과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 출마했던 ‘스토리’는 그의 스타성을 강화시켰다. 노 전 대통령과 기존의 패러다임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에너지는 노풍의 핵심 원동력이었다. 노무현이라는 개인의 스토리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헤게모니와 부딪치며 발생한 섬광에 국민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붉은 바람’이 불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권의 바람은 개인의 스토리와 시대정신이 결합할 때 일어난다. 바람은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대변하는 정치인을 향해 분다는 것이 역사의 충고다. 그런 점에서, 현재 새누리당에서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은 부족한 면이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영남과 보수를 대표한다. 그는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하지만 전통적 지지자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대변하기 어렵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반 총장은 보수 세력의 전통적 가치에 ‘충청 대망론’이라는 지역 기반을 더한 인물이다. 안정적 ‘덧셈’은 가능할지언정, 파괴적 지형 재편이라는 바람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너무 많이 잃었다. ‘노풍’은 든든한 민주당의 기반 아래 외연을 확장한 결과물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의 기존 대권 주자들에 대해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은 “김무성 전 대표는 당대표까지 거친 인물이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신선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이 바람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남·원·정’으로 불리는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 ⓒ 뉴시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행보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남 지사와 원 지사는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지만, 여전히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주류 세력에 편입된 적이 없는 데다, 오랜 시간 ‘소장파’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변화와 개혁의 아이콘으로서 ‘중도개혁보수’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에게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오른팔’을 원내로 진입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결과적으로 당내 지분을 넓히는 데는 실패했다. 당내 세력 없이 경선에 나서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대선판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권 인사임에도, 현 상황에서 이들이 대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 역시 “당내 권력구조를 고려하면, 남 지사든 원 지사든 내년 경선에 뛰어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이들을 불러들이려면,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병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새누리당의 강력함은 ‘이기는 습관’에서 나온다. 그들은 누구보다 영리하며 전략적이다. 유리한 싸움에서 방심으로 패할지언정, 불리한 싸움에서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는다. ‘천막 당사’나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 등은 모두 새누리당이 얼마나 시류의 변화에 예민한지, 또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가는지에 대한 좋은 모델이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이대로 가면 필패’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변수를 만들 수 있는 후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남 지사와 원 지사의 ‘조기등판론’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당내 세력이 없는 두 사람이 ‘불쏘시개’ 역할을 위해 대선 경선에 뛰어들 확률은 높지 않다.

다만 정병국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 의원은 남 지사·원 지사와 함께 ‘원조 소장파’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른바 ‘남·원·정’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 의원의 당대표 선출은, 남 지사와 원 지사를 대선 경선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완벽한 ‘사전작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 의원 캠프에는 원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이재 전 의원을 비롯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대본부장을 역임한 남만진 고문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7월 27일 캠프에서 만난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남 지사와 원 지사 쪽 사람들은 물론 김무성 의원 측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 정병국 의원의 당대표 당선은 새누리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울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 뉴시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현 상황에서 남경필 지사나 원희룡 지사가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면, 정병국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돼서 남 지사와 원 지사를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세력이 없는 남 지사와 원 지사가 대선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정 의원의 당대표 당선이 필수 조건이라는 뜻이다.

만약 정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 공약대로 새누리당에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를 가진 남 지사와 원 지사가 경선에 가세한다면 ‘새로운 새누리당’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정 의원은 지난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0대의 새누리당 소장파가 책임 의식을 갖고 당 운영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며 남 지사·원 지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남 지사·원 지사가 전면에 나서는 ‘50대 기수론’이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리고 그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당대표 정병국’이 필요하다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선택은 예측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영리한 새누리당 유권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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