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재단 출범식] 극심한 마찰…몸싸움에 캡사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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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재단 출범식] 극심한 마찰…몸싸움에 캡사이신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7.28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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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태현 이사장, "위안부 피해자 대다수, 재단 설립 찬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치유 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한 가운데, 관련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 마찰을 빚고 있다.  
 
앞서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28일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위한 예산으로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직후, 피해 할머니들과 대화 없이 협상이 진행된 점,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을 전제로 한 점 등을 이유로 '졸속 합의'라는 비난이 일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 엔이 법적 배상금이 아닌 재단 설립 형태가 될 경우,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상금은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한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성가족부 등록 비영리법인으로 화해·치유 재단의 설립을 강행, 지난 5월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 수많은 취재진이 둘러싼 가운데, 28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우리겨레하나되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회의, 평화 나비네트워크 등 관련 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시사오늘

이날 화해·치유 재단의 출범식이 예정된 서울 중구 순화동의 오피스텔 건물 앞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경찰이 대치한 채 긴장감이 흘렀다. 

수많은 취재진이 둘러싼 가운데, 회견을 주최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을 비롯, 우리겨레하나되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회의, 평화 나비네트워크 등 관련 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10억 엔으로 거래를 끝낸 정부의 막장 질주가 오늘 화해·치유 재단 출범 강행에까지 이르렀다"며 "한일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토록 영원했던 일본 정부의 진실한 사죄와 법적 배상 등의 조치를 전혀 담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강제 연행과 성 노예라는 범죄의 본질조차 부정하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짐짓 눈 감고 있다"며 "또 피해자들을 갈라놓고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악질 행보"라고 힐난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상대로 재단 설립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상당수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혀 찬반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밖에서 반대 시위가 진행되고 있던 시각, 건물 내부에서는 김태현 화해·치유 재단 이사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자리한 가운데 현판식이 진행됐다. 협소한 공간이라는 이유로 취재진 참여는 소수로 제한됐다.

▲ 28일 화해·치유 재단 출범식은 이사회와 시민단체의 접촉 없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재단 측의 기자간담회에 시민단체가 자리를 옮기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 시사오늘

이날 재단 출범식은 이사회와 시민단체의 접촉 없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재단 측의 기자간담회에 시민단체가 자리를 옮기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관계자 20여 명은 간담회가 예정된 인근 건물 지하로 들어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간담회장 무대에 서로 팔을 끼고 누워 "한일합의 폐기하라"며 30여 분 동안 구호를 외쳤고, 결국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 김태현 화해·치유 재단 이사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재단 설립에 앞서 피해 당사자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한 분 한 분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으로 경청했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얼마 있지 않아 차분한 표정으로 등장한 김태현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저는 재단 설립에 앞서 피해 당사자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한 분 한 분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으로 경청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김 이사장은 "제 진심을 알아주신 건지 예상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저를 맞이해주셨고, 극히 소수를 빼고는 재단 사업을 격려해주셨다"면서 "어렵게 내밀어 준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재단의 장학사업 추진 여부'와 관련 "어떻게 와전된 건지 모르겠지만, 10억 엔을 장학금 사업에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 재단은 정부에 속한 비영리법인으로 장학사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재단의 이름에 용서가 아닌 화해가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와의 화해를 의미하기도 하고,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할머니들과의 화해도 될 수 있다"면서 "또 저희가 성의를 다해 치유하고자 다가서면 가해자에 대한 용서 역시 화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취재진의 소녀상 이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소녀상 문제와 10억 엔은 전혀 별개"라고 일축했다.

이밖에도 재단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피해 할머니 한 분 한 분에 맞춰서 지원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에 그쳤다.

김 이사장이 질의응답을 마치고 간담회를 마무리 지으려 하자, 일부 취재진이 '기자를 불러 모았으면 질의를 더 받으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재단 측에서 예의를 갖추라며 맞받는 등 실랑이가 잠시 이어지다가 그대로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건물을 나서자마자 신원을 알 수 없는 30대 남성이 쏜 캡사이신을 맞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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