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어사이드 스쿼드>, 간만에 맛보는 빌런들의 뒤틀린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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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수어사이드 스쿼드>, 간만에 맛보는 빌런들의 뒤틀린 쾌감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8.02 0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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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정형화된 틀 속에 정해진 악당들의 케미스트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일명 <특공대작전> 이라는 상투적이다 못해 다소 유치한 개봉명으로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로버트 알드리지 감독의 1967년 작 <더티 더즌> (The Dirty Dozen) 은 비록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할 수는 없지만, 전쟁 액션 장르에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형무소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12명의 흉악범들이 독일 나치에 대항하는 살인특공대를 이루는 이야기를 근간으로, 무리의 대장인 리 마빈을 필두로 어네스트 보그나인과 찰스 브론슨 등의 명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이후 숱한 아류들을 자가 복제해 내며 전쟁영화 장르로는 흔치 않은 시리즈물에까지 이르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미군 형무소에 최악의 흉악범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흉폭한 인간 군상이나 반사회적인 소시오패스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치에 대항하는 연합군이 군대 내 최악의 범죄자들을 동원하여 또 다른 절대악을 응징한다는 내용은 어찌 보면 정의라는 미명 하에 있는 인간 본성의 왜곡된 단면을 표출하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악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늘 선과 악의 이분법적 논리를 지나 인간에게 있어 절대선과 절대악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영원한 의문점을 상기시킨다. 

게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의를 대신하여 싸우면서도, 동시에 (자살)특공대원들은 악인이기에 언제 소멸되어도 아깝지 않은 일개 소모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것이 과연 정의의 방식인지에 대한 의구심의 해답은 각자의 몫이다. 

이러한 전쟁영화의 공식은 늘 단순하면서도 명징하다. 

개성이 강하다 못해 차라리 인간성을 포기한(때로는 위악적이기도 한) 여러 명의 구성원들을 절대 정의를 표방하는 한 지도자가 이끈다.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지닌 특공대원들의 초반 갈등과 반목은 어느새 숱한 곡절과 고비 속에서 전우애와 사명감으로 승화되어, 인간성의 회복은 물론 정의의 신념을 깨우치고 장렬한 죽음도 불사하는 궁극의 영웅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더티 더즌> 의 공식은 시대를 거듭하며 노회한 숀 코너리가 이끄는 <젠틀맨 리그> 나 람보같은 용병들이 활약하는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물론, 하다못해 최근의 <어벤저스> 및 갓 출범하는 <저스티스 리그> 처럼 절대선을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영웅담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절대 악인들을 응징하여야 할 절대 선인들조차 편협과 불신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악행에 버금가는 혼돈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결국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오해와 편견은 악인들만의 전유물이기에 앞서 인간 본연의 타고난 본능이 아닌가 하는 점이 다시 한번 부각되는 것이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는 이렇듯 선과 악을 넘나들 수 있는 인간 본능의 서사에 대해 뒤틀린 정서를 바탕으로 슈퍼 빌런 특유의 불건전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스크린 밖으로 뿜어내려 한다. 

사상 최고의 킬러인‘데드 샷’역을 맡은 윌 스미스는 늘 그렇듯 천부적인 강인함과 이기심을 동시에 표출하는 실질적 리더 역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 뒤를 바치는‘할리 퀸’에 캐스팅된 신예 마고 로비는‘조커’라는 희대의 악당을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팜므 파탈의 과도한 뇌쇄미로 여성 특유의 연약한 감성을 포장한다. 

무엇보다 선을 대표하는 듯하나, 국가 안보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일세를 풍미하는 악당들을 선발하여 그들보다 더 냉정한 정보국의 수장 역할을 수행하는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헬프> 에서 보여준 고정화된 감성 드라마와는 다른 인간의 적나라한 단면을 표출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는 그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연출한 잭 슈나이더 감독 특유의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비주얼과는 분명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이미 흥행과 평가에서 처절한 쓴 맛을 본 그 전작을 의식하여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차별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전작 <퓨리> 를 통해 함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메시지를 보여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방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스토리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용이하게 만든다. 

웅장하다 할 수는 없지만, 감각을 표방하는 영상은 올드 팝 매니아들의 귀를 속삭이는 퀸의‘보헤미안 랩소디’등과 같은 삽입곡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영화 관람 이후 에너자이틱한 아드레날린의 여운이 상당 기간 잔존하게끔 한다. 

비록 야비하고 불온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억제된 야수적 쾌감은 분명 보는 이로 하여금 동화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며, 이것이 안티 히어로 장르의 정형화된 매력이기도 하다. 

문제는 늘 그렇듯 <더티 더즌> 류 영화의 공식화된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십 년 전의 전쟁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어사이드 스쿼드> 또한 제목 그대로 누군가를 대신해 당장 소멸되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희생양들로 채워져, 종국에는 문제적 구성원끼리의 끈끈한 케미스트리를 무기로 절대악을 응징하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를 진화된 화려한 볼거리와 감각적 OST 로 보완하려 하지만, M-TV 적인 초반부의 기세와는 달리 이야기가 흐를수록 윌 스미스와 마고 로비와 같은 하드 캐리의 중심인물 이외 나머지 캐릭터들은 결국 균형적인 존재감을 크게 발산하지 못한다. 

몇몇 인물들에게만 국한된 잦은 플래시백은 팀의 구성원들 간 비중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는 각 캐릭터의 조합이 더 인상적으로 관객들의 잔상에 남을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하기에 이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가 보여 주었던, 배역 간의 균형 잡힌 안배는 DC 코믹스가 후속작들을 위해서라도 분명 넘어야 할 산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의 강렬한 배드 가이들의 효과적인 조합에 대한 개선의 여지는 곧 개봉하는 DC 확장 유니버스(DCEU) 의 <원더우먼> 이나 <저스티스 리그> 등을 잇는 단순 징검다리 역할을 지나 화끈한 시리즈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8월 3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사족 : 으레 히어로 장르들이 그렇듯 이 영화 또한 올라오는 엔드 크레딧과 함께 성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뒤늦게 쿠키 영상을 발견하곤 어느새 영화관 비상구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무리들 속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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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는것못참음 2016-08-03 19:20:04
못참겠는데 대응해도 나쁜 사람은 너무 많네요 죽겠음.
나쁜 사람 포용 하라는데 그럼 당신 옆에 나쁜 사람두고 계속 괴롭힐테니
참아보세요 하면 참을수 있겠습니까? 사람사이에 정답은 없는것 같으면서도 알고보면
되게 단순하게 정답이 나와있는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