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쟁①/버거]너도나도 고가 수제버거에 '퐁당'…성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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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전쟁①/버거]너도나도 고가 수제버거에 '퐁당'…성공은 "글쎄"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8.0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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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최근 미국 명물 수제버거 ‘쉐이크쉑’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버거 시장 구도가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프리미엄 전략’이 한동안 소비 트렌드였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제치고 국내 버거 시장에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 버거시장이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수제버거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PC그룹(위)·롯데리아(왼쪽 아래)·맘스터치

프리미엄에 빠진 버거시장

최근 프리미엄 버거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곳은 단연 쉐이크쉑이다. 지난달 22일 국내 1호점 문을 연 쉐이크쉑은 최상급 식재료와 세심한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미국 전역 및 세계 13개국에 진출했다. 

메뉴 가격을 살펴보면 ‘쉑버거’ 6900원, ‘스모크쉑’ 8900원, ‘슈룸버거’ 9400원, ‘쉑 스택’은 1만2400원이다. ‘감자튀김’은 레귤러 사이즈 3900원, ‘쉐이크 음료’는 레귤러 사이즈 5900원이다. 세트 메뉴가 따로 없어 햄버거와 음료, 감자튀김을 모두 시킬 경우 최소 1만67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수제버거 출시로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 우선 롯데리아는 지난달 1일 수제버거 ‘AZ(아재)버거’를 내놨다. 오리지널, 베이컨, 더블 총 3종이다. 

단품 기준 ‘AZ버거오리지널’은 6500원, ‘AZ버거베이컨’은 7500원, ‘AZ버거더블’은 9500원으로 책정됐다. 콤보 메뉴는 음료와 버거로만 구성돼 있으며 감자튀김이 빠져있다. 오리지널 콤보는 7200원, 베이컨 콤보는 8500원, 더블 콤보는 1만500원에 이른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점에서 수제버거인 ‘시그니처버거’ 첫 선을 보였다. 현재 전국 49개 매장에서 시그니처버거를 판매 중이다. 고객 취향대로 번, 패티, 채소, 소스 등의 식재료를 직접 선택하는 ‘나만의 버거’와 내부 식재료가 구성돼 있는 ‘추천버거’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추천버거는 할라피뇨 어니언 버거, 골든 에그 치즈버거, 그릴드 머쉬룸 버거, 핫 올 오버 버거, 클래식 치즈버거 등 5종이다. 가격대는 단품 기준 클래식 치즈버거는 6500원이며 나머지는 7500원이다. 세트 메뉴는 여기에 1400원이 추가돼 7900원, 8900원이다. 

가성비 전략 넘을 수 있을까

수제버거 기준은 업체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의 경우 기존 매장에서 판매되는 버거보다 재료가 고급화됐으며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시작한다. 이에 더해 전담 직원이 테이블로 직접 가져다주는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롯데리아 측은 아재버거의 경우 주문과 동시에 만들기 시작해 제공되며 주재료인 번과 패티가 차별화됐다는 점에서 수제버거라고 설명했다.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도 일반 패스트푸드와 달리 주문이 들어가면 조리가 시작된다는 점을 기준으로 들었다. 

결국 엄격히 마련된 기준은 없지만 업체 기준 수제버거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도 껑충 뛰는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 6030원을 기준으로 볼 때 1시간 노동으로는 수제버거 단품 한 개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고가의 수제버거가 국내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토종 프랜차이즈 크라제버거와 일본 모스버거도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실패했다.

지난 2009년 신세계그룹이 들여온 미국 ‘자니로켓’과 현대백화점이 수입한 ‘버거조인트’, 아워홈의 ‘버거헌터’ 등 해외 수제버거 브랜드들도 시장에서 고전했다. 대부분 세트메뉴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다. 

반면 맘스터치는 수제버거 콘셉트임에도 가성비를 살린 덕분에 매출액이 지난 2014년 794억에서 지난해 1489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메뉴인 싸이버거는 단품 3200원, 세트는 5400원이다. 가장 비싼 메뉴인 화이트갈릭버거도 단품 3900원, 세트 5900원으로 타 업체에 비해 저렴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가성비가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전략은 트렌드를 좇을 수는 있겠지만 시장의 중심이 될 만한 모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쉐이크쉑 돌풍으로 수제버거 시장이 이슈가 되고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섣불리 성공을 점칠 수는 없다”며 “각 업체별로 타깃층이나 가격대도 달라 시장 구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은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데 지난해 라면 시장에서도 작동했다”며 “프리미엄라면, 짬뽕라면 등이 한창 붐이었지만 결국 유행에 그치고 소비자는 다시 가장 기본적인 메뉴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들이 비슷한 메뉴를 내놓는 데는 유행이나 트렌드에 대한 군중심리 덕을 보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수제버거도 마찬가지로 관련 시장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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