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뉴스테이 논란②]찬반 갈등 심화…조합원 분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일산뉴스테이 논란②]찬반 갈등 심화…조합원 분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8.05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합원들의 엇갈리는 주장…상생안 도출 '급선무'
손놓고 있는 고양시청·서희건설…'책임론' 대두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쳐"…시공사 선정 과정 '의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일산2재정비촉진구역에 공급 예정인 뉴스테이를 두고 지역 내 사회가 갈등을 겪고 있다. 계획대로 뉴스테이가 들어서면 100년 전통의 고양시 일산시장은 문을 닫게 된다. 당장 생업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일산시장 인근 점포와 전통 5일장 상인 200여 명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 대다수이나, 일부 지역 유지들은 낙후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재개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뉴스테이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갈등을 해결해야 할 고양시청은 해당 문제는 일산2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의 소관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오늘>은 지역사회가 행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일산뉴스테이 논란'을 기획했다. 1편에서는 일산뉴스테이 논란의 원인과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를 짚었다. 이번 2편에서는 일산뉴스테이를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 그리고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하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해 논란 해소의 시급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편집자주>

지역 갈등으로 확산되는 조합원 갈등

▲ 경기 고양시 일산시장 곳곳에는 일산 뉴스테이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시사오늘

경기 고양시 일산 뉴스테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일산2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현재 내분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사업 추진 초반에는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뉴스테이를 찬성했지만, 일산시장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이어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면서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테이 찬성을 고수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이미 시공사까지 선정된 마당에 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합원이 아닌 일산시장 상인들과 5일장 상인들의 반대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사업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계획대로 뉴스테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의 한 핵심 간부는 지난 2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이미 얘기가 다 정리된 사업이다. 이제 와서 사업을 재검토한다면 조합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일산시장, 5일장 상인들의 반대는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조합이 주도한 사업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아닌 상인들의 반대는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테이 사업에 찬성하는 한 조합원도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업 수익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뉴스테이만이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개인적으로도 목돈을 쥘 수 있는 기회여서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이제라도 뉴스테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찬성하는 조합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100년 전통의 일산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테이 반대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수년 전에는 다들 찬성했지만 지금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지역주민과 지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이대로 강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업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일산서문상인연합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얼마 전 간담회에서 만난 시청 관계자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조합에 수익을 줄 수 없는 사업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뉴스테이를 반대하는 한 시장 상인도 5일 기자와 만나 "시장 상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부터 해야 한다"며 "이주대책이라든지 아무런 방안도 내놓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고양시청·서희건설…여전히 '뒷짐'

▲ 일산시장에 위치한 점포 대부분에는 일산 뉴스테이 사업에 반대하는 사진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시사오늘

두 세력 사이의 갈등으로 현재 일산시장 인근 지역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지역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에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상생안 도출이 시급한 실정이다.

조합 일각에서는 일산2지구 가운데 상업지구(일산시장)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만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하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고, 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흉흉한 소문만 돌아 임대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조합 내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고양시청과 시공사인 서희건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합의 한 핵심 간부는 지난 2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뉴스테이는 조합만 좋은 사업이 아니다. 고양시에도 좋고, 서희건설에게도 이익을 주는 사업이 아니냐"며 "상인 이주대책이라든지 도울 수 있는 부분에 확실하게 도움을 줘야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성사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산서문상인연합회의 한 핵심 관계자 역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고양시청은 지금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조합에게만 모든 일을 떠넘겨선 안 된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것이냐. 서희건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고양시청과 서희건설은 당혹스런 눈치다.

고양시청의 한 공무원은 지난달 29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뉴스테이 사업은 시청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조합이 당사자"라며 "조합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희건설 측도 지난 1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사업이 확정되면 대안이라든지, 이주대책이라든지 함께 머리를 맞댈 용의는 있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솔직히 우리는 시공사에 불과하다. 건설만 하면 끝"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총회 전 식사 접대·5만 원 상당 답례품…대가성 여부 '논란'

서희건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맨 실수 '인정'"

특히 서희건설은 일산 뉴스테이 논란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또 다른 큰 이유가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2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월 28일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를 열고 일산뉴스테이 시공업체로 서희건설을 선정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당시 전체 조합원 450여 명 중 60% 이상이 참여했고, 표결 끝에 서희건설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시공권을 획득했다. 문제는 이날 총회에서 5만원 상당의 믹서기를 제공해 금품 로비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주 <시사오늘>은 당시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여했던 한 조합원으로부터 총회 기록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에는 조합원들이 탁자 위에 놓여있는 한 종이에 지장을 찍은 후, 20~30대로 보이는 한 여성에게 봉투를 건네받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다. 또한 지장을 찍은 조합원들의 한쪽 손에는 명품가전브랜드 T사(社) 믹서기 박스가 들려있다. 해당 믹서기는 현재 시중에서 4만~5만 원 정도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다시 영상을 살펴보면, 지장을 찍는 조합원들의 행렬이 끝날 무렵 어디에선가 "어떡해. 6표가 부족하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영상에는 20~30대 여성 두 사람의 부축을 받고 있는 한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 탁자 위 종이에 지장을 찍고 봉투와 믹서기를 받아갔다.

봉투는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을 위해 조합에서 준비한 교통비라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조합의 한 간부는 지난 2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돈 봉투는 조합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 '거마비'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것"이라며 "10만 원 가량의 현금을 봉투에 넣어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믹서기다. 믹서기는 서희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희건설 측은 지난 1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믹서기는 답례품 형식으로 우리가 준비한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이 끝난 다음 제공했기 때문에 대가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복수의 조합원들은 서희건설이 제공한 믹서에 대가성이 있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희건설 측이 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대형버스를 대절해 조합원들을 데리고 '모델하우스 투어'에 나설 때 믹서기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당시 조합원들을 데리고 경기도 용인시청 앞에 위치한 역삼지구 서희스타힐스 에버파크를 소개시켜줬다. 용인 역삼지구 서희스타힐스 에버파크는 일산 뉴스테이와 마찬가지로 지역재개발조합이 연계된 주택조합아파트다.

일정을 마친 후 서희건설은 한 식당에서 조합원들에게 고기 등을 접대했다. 이 과정에서 서희건설 관계자로 보이는 인사가 "총회에 참석하면 믹서기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게 복수의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총회 전 식사 접대를 하고, 답례품 증정을 시사한 것이다. 대가성이 의심될 수밖에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조합 간부 역시 "서희건설 측에서 뭘 준다고는 얘기했다. 근데 그게 구체적으로 믹서기라고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식사 접대 문제에 대해서는 "밥 먹을 때가 됐는데 밥을 안 주는 것도 웃기지 않느냐"며 "접대라고 볼 수 없다. 그게 뭐가 대수냐"고 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서희건설 측은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총회 전 '모델하우스 투어'에서 믹서를 언급한 것은 분명한 우리 실수"라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는데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희건설 측은 "원래 투어 때 주기로 했었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안 줬다. 그때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와서 이를 잠재우기 위해 총회 때 주겠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산 뉴스테이 사업을 반대하는 한 조합원은 지난주 기자와 만나 "조합원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라며 "총회 전에 믹서기 따위를 준다고 언급한 게 충분히 총회 참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만약 대가성이 입증된다면 시공사 선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판"이라면서도 "의혹에 따른 논란이 있겠지만, 서희건설 측의 해명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경쟁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대가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보다는 오해를 살 만한 총회를 준비한 조합 측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