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 학생들, '총장 사퇴' 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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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태] 학생들, '총장 사퇴' 외치는 이유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8.05 18:11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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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투입·사법처리 요구 방관 등…총장 자격 없다"
'학교에 배후세력 있다?'…이사회의 현대판 '수렴청정說'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정은하 기자)

▲ 이화여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학교 측이 지난 3일 논란의 핵심인 '미래라이프 사업' 철회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총장 사퇴' 또는 '이른 봉합'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 시사오늘

이화여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학교 측이 지난 3일 논란의 핵심인 '미래라이프 사업' 철회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총장 사퇴' 또는 '이른 봉합'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학생들은 9일째 점거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병력 투입과 사법처리 요구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최경희 총장이 학교 운영의 총책임자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사회의 '수렴청정식' 학사 운영에 있다면서, 최 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중간평가 실시와 재단 개입 방지 등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총장, '불도저식' 행정·갈등조정 '부재'…사퇴해야" 

<시사오늘>이 5일 다시 찾은 이화여대 교정은 이전에 비해 침착한 분위기였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는 '미래라이프 사업 철회' 대신 '최경희 총장 사퇴하라'는 내용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학생 측은 이날 6차 성명서를 통해 "본관 점거 시위의 원인인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경찰의 학내 폭력 진압 사태에 대해 최경희 총장이 모두 책임지고 전면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사퇴 요구에는 최경희 총장에 대한 '불신(不信)'이 깔려있다.

우선,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 추진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최 총장의 '불도저'식 행정이 지적받는다.

학생 측은 성명서를 통해 "최 총장이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 등 대학의 본질과 무관한 사업들을 구성원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강행해 왔다"면서 "신입생기숙사프로그램과 성적장학금제도 등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내 제도들 역시 일방적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 총장 취임 이후 잇따라 졸속으로 강행되는 정책들로 인해 학생들은 무력감과 혼란에 내내 시달려왔다"면서 "우리에게는 앞으로 2년 더 남은 최경희 총장의 임기를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시사오늘>의 인터뷰에 응한 익명의 이대 인문대 교수는 "이전 일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건은 많은 선생님들이 몰랐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사업 철회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최 총장의 교내 갈등 해결방식이었다.

가장 문제시된 일이 바로 시위 사흘째 있었던 경찰병력 투입이다.

앞서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평의원회 소속 일부 교수진과 교직원이 건물에서 나오지 못하자, 최 총장은 지난달 30일 서대문경찰서 정보과장과 직접 통화, 병력 투입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 측은 "경찰을 학교로 불러들인 것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최경희 총장에게 있다"면서 "경찰력 투입은 앞으로 이화 역사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임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최경희 총장이 사퇴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 총장이 학생들을 상대로 설득 대신 공권력을 이용한 것은 교육자로서 사명을 망각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달 28일 있었던 '감금' 사건으로 일부 교수진과 교직원이 학생들을 상대로 사법처리 요구를 한 데 대해 최 총장의 역량 부족을 꼬집는 의견도 나왔다.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생 이모 씨는 이날 <시사오늘>과 만나 "최 총장은 처음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개별 고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결국 일부 교수와 교직원의 사법처리 요구를 방관한 것으로, 갈등 조정을 주도해야 할 학교 총책임자로써 역량 부족"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최 총장은 5일 오전 조사가 진행 중인 서대문경찰서를 찾아 '학생들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탄원서가 처벌 수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경찰조사를 중지시킬 효력이 없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농성 종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취재진의 인터뷰에 어렵게 응한 익명의 인문대 교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이번 사태를 두고 '초유의 사건'이라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인 마음은 사태가 빨리 해결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초창기에 요구했던 바가 학교 측에 거의 수용됐으니, 농성을 푸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선생님들이 나섰어야 했는데 학생들에게 떠맡긴 꼴이 돼서 너무 미안하다"면서 "선생님들이 서명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3일 '미래라이프 학사과정 설치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 "학교 중요 사안에 관한 진정한 소통을 제도화할 것"과 "1600명의 경찰병력 투입에 대한 총장의 책임과 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교수는 총장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경찰투입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앞으로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총장 사퇴 등 초유의 사건이 자꾸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번에 끝나야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교수진의 사법처리 요구에 대해서는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흥분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내가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선생님들 진심은 그런 게 아니고, 다만 그 부분에 대해 학생들에게 전할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뛰는 총장 위에 나는 이사장 있다'…이사회 개입설

일각에서는 현 사태가 이화여대 전직 총장들과 이사회의 현대판 '수렴청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경희 총장 뒤에서 학교 운영을 조정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 겸 전 법인 이사장이 있다. 윤 명예총장은 학내에서 '이화왕국의 상왕', '대비마마' 등으로 불린다.

윤 명예총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헌법학자로, 호주제 폐지를 위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화여대에 전세계 여자대학교 최초로 공대를 유치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많은 기업들의 후원을 이끌어내면서 이화여대의 규모를 확장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퇴임 이후에 이사장과 명예총장직을 맡으면서 학내정치를 통해 '윤후정 라인'을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에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윤후정 라인'에서 찾는 다수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최 총장 역시 윤 명예총장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면서 "최 총장이 퇴임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이사회의 수렴청정을 막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총장의 직선제 선출과 중간평가 등이 제안됐다.

한편, 전직 총장들의 권력 남용은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0년 5월 이화여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이화여대 학교법인 이사들을 잇따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주간경향>은 당시 이화여대 총장 선거에서 정부가 윤후정 명예총장을 통해 특정후보를 '밀었다'고 보도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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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2016-08-06 11:06:21
지금까지 안나가고 버티는 것도 대단하네요.. 학내에 경찰이라니..그것도 1600명..

뒷 배경을 믿고 버티는 거였군요.. 여기나 저기나.. 썩어빠진.. 학생들이 이해가 됩니다..

이기회에 이화여대에 어두운 그림자가 거두어 지길 바랍니다..학생들..힘내세요..!

교육이 바로서려면 2016-08-05 22:23:12
최경희 총장은 즉각 사퇴해야한다
재학생비롯 동문들도 적극 지지해서 사퇴를 반드시 이끌어내어
학원운영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되도록 구조개혁을 이루기 바랍니다

qkqh 2016-08-05 22:14:18
이러다 총장 사퇴안되면 시위참여한 학생들, 서명한 교수들 다 목잘릴듯..ㄷㄷ

dkwlap 2016-08-05 20:46:11
기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신 최총장님 / 총장면담 기대하고 기다리는 학생들앞 / 십오분을 함구하고 서성이다 돌아간후 / 대화결렬 기사만이 인터넷에 올라있네 / 말도없이 가실거면 최총장님 왜오셨나 / 대화하기 위해선가 대화시늉 위해선가

ㅉㅉ 2016-08-05 20:30:55
때가 어느 땐데 수렴청정이라니.. 이 더운날 애들이 고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