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손학규, ‘호남’서 대선행보…민심은 ‘유보적’
스크롤 이동 상태바
문재인-손학규, ‘호남’서 대선행보…민심은 ‘유보적’
  • 전남 목포=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8.07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 히말라야 트레킹 이후 첫 공식 행보…독립운동가 황현 생가 찾아
孫, "인동초 정신으로 위기 극복"…DJ 추모식 이어 하의도 생가 방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남 목포/오지혜 기자)

야권잠룡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주말 동안 호남에서 나란히 대선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DJ 추모 기념식이 열린 전남 목포에 이어 각각 하의도와 광양을 들려 전통 야성(野性)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 야권잠룡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주말 동안 호남에서 나란히 대선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DJ 추모 기념식이 열린 전남 목포에 이어 각각 하의도와 광양을 들려 전통 야성(野性)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지난 7일 故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7주기 '김대중의 평화와 밤 콘서트'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목포시 삼학도에 위치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시민 등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삼학도는 DJ가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행사 30분여 전 도착한 문 전 대표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좌석 통로가 가득찼고, 시민들 역시 개인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하는 데 여념 없었다. 이에 질서 정리를 위해 행사가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미리 도착해 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함께 행사장 옆 건물에서 열린 김대중 추모 시화전을 둘러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행사장 앞쪽에 앉아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지만, 대체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의 반문(反文) 정서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총선 직전 광주를 방문해 "호남홀대론은 호남을 다시 고립화하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지난 7일 故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7주기 '김대중의 평화와 밤 콘서트'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목포시 삼학도에 위치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시민 등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 시사오늘

문 전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7년이 지난 오늘 김 전 대통령이 말한 3대 위기는 더욱 심해졌다. 민주주의와 남북평화, 경제와 민생은 참담히 무너졌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호통을 쳐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대로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도 희망이 필요해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사말 마무리에 "대통령님 부디 우리 마음 속에 살아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저희에게 힘을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또 이날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오월어머니회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목포의 눈물> 합창을 따라부르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며, <목포의 눈물>은 DJ의 생전 애창곡이다.

이 가운데, 또 다른 야권잠룡 손학규 전 고문이 등장하면서 행사장 입구가 재차 소란스러워졌다.

손 전 고문은 행사 주최 측의 '앞쪽에 자리를 마련해놨다'는 권유에도 뒷자리에서 부인과 함께 행사를 지켜봤다.

수많은 취재진이 둘러싼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은 '손학규'를 연호, 앞쪽에 앉은 정계 인사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에 박지원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 전 고문에게 찾아가 직접 인사를 건넸다. 박 위원장은 장난스럽게 손 전 고문을 툭 쳤고, 손 전 고문 역시 미소로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달 "더민주에는 문재인이라는 분이 계시니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쟁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손학규 영입론'을 공식화한 바 있다.  

손 전 고문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DJ는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되면서 인동초 정신을 보여줬다"며 "우리도 이 위기를 김대중 정신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끝에는 야권잠룡 간의 만남도 이뤄졌다.

문 전 대표가 "요즘에 언론에 비치는 모습 아주 좋다"며 "빨리 돌아와 힘을 달라"며 악수를 건네자, 손 전 고문은 웃으며 "네"라며 짧게 대답했다.

그다음 날에도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각각 호남지역에서 대선행보를 이어갔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DJ 생가를 찾아 서거 7주기를 맞이해 열린 추도식에 참여했다. 전날에 이어 'DJ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DJ는 지금 우리 현실을 이미 40∼50년 전에 말씀하신 선각자고 선지자"라면서 "2년 전 정치를 떠날 때 아침에 조용히 집사람과 둘이 김대중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강진에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사회적으로 어렵고 남북관계는 절벽에 처해있는데 미래를 보는 정치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대중 선생의 정치는 우리에게 굳건히 시퍼렇게 살아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전남 광양에 있는 독립운동가 매천 황현 선생의 생가를 방문했다.

매천 황현 선생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애국지사로, 1910년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자 절명시(絶命詩) 4편을 남기고 음독 순국한 인물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매천 선생은 추상같은 선비정신을 가진 분으로 기존의 낡은 정신을 뛰어넘는 위대한 분이었다"며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신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에도 독립운동가 한태석 선생의 손자인 한상조 씨를 찾아가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선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야권 대선주자로서 역사적·외교적 입장을 선명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지역정계 인사는 이날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모두 DJ정신 등 전통적 야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 호남 민심은 유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통일에 대해 정책적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