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침묵의 리더십'…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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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침묵의 리더십'…명과 암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8.1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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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군자는 말을 할 때 신중하고 더디게 하되, 행동과 실천은 부지런히 해야 한다.' 세계 4대 성인 공자가 그의 제자 자로에게 내린 가르침이다. 많은 사람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자는 말을 앞세워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입을 무겁게 하고, 몸을 먼저 움직여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자의 이 같은 가르침에 많은 영향을 받은 눈치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선 이후 메르스 사태 때 대국민사과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공개석상에서 입을 연 적이 없다. 심지어 그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부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불효자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철저히 함구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를 '침묵의 리더십'이라 부른다. 언행을 최소화하면서도 삼성그룹을 순조롭게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말을 삼가는 대신 경영에 집중해 무난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화두인 소통에 소홀하다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내 소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明…"'침묵의 리더십', 또 다른 '선택과 집중'"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끊임없는 침묵에 대해 세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부친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철학을 앞세워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꾀하면서 '이재용의 삼성'을 대내외에 강력하게 각인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줄곧 입을 굳게 닫았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신년사를 생략했고 임직원들에게 별도의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기업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주주총회에서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20여 년 동안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 주총은 물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 주총에도 불참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주춤했던 그룹의 얼굴마담 삼성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재도약, 1분기와 2분기에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은 2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마무리해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 그룹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침묵을 지켰기 때문에 이재용 체제가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경영에만 집중했기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삼성SDS의 한 임원급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그룹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마당에 이 부회장이 입을 열면 기삿거리 제공하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또 다른 의미의 선택과 집중이다. 최고 책임자로서 일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도 같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아예 입을 닫은 게 아니다. 올해 초 임원 만찬 때 변화와 도전, 위기의식을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쓸데없는 겉치레를 줄이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도로 보인다"고 힘을 실었다.

暗…"경영가에 소통은 선택 아닌 필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통 부재로 삼성그룹 내에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가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뉴시스

그러나 그룹 밑바닥에는 이 부회장의 침묵에 대한 반발기류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은 지난 주말 기자와 만나 "이 부회장이 경영 전권을 잡은 이후 인력 구조조정으로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그룹 차원의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독단적인 처사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에서 일하는 복수의 직원들은 최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 비전이라든지, 승계 방법에 대해 회사 안팎에 충분히 이해를 구했다면 지난해 삼성생명이 세무조사를 받았겠느냐"며 "소통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을 당시 해당 계열사 노조원들은 "임직원들에게 사과나 설명 없이 매각을 진행한 이유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제는 침묵을 깰 타이밍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행보를 유지하면 그룹 구성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그룹을 장악 하는 데 있어 저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경영승계 작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을 때 비로소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더욱이 삼성전자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느냐. 이 부회장 스스로 이를 어겨선 안 될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이 부회장의 사과문이 국민적인 호평을 받지 않았느냐"며 "그런 소통 능력이 있으면서 썩혀두는 건 그룹에게도 좋지 않고 요즘 시대정신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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