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성 경쟁하는 더민주…전대 끝나면 ‘도로 친노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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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성 경쟁하는 더민주…전대 끝나면 ‘도로 친노당’ 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8.1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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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對與) 강경 투쟁 예고한 추미애·김상곤·이종걸…김종인 체제와 선긋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울산에서 손 맞잡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들이 선명성 경쟁을 시작했다. 8·27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추미애·김상곤·이종걸 후보는 지난 9일 제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공히 ‘선명 야당’을 강조하며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추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내각을 총사퇴시킨 후 거국 중립내각을 만들도록 관철시키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후보는 “도덕성과 능력이 없는 청와대, 국민에게 갑질만 하는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을 찾아오려면 당이 강해져야 한다. 대선판에서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게 지금의 여당이고 정권”이라면서 정부여당을 정조준 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이 후보 역시 “총선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망치가 돼 박 대통령을 때려 야당이 이겼다. 정권 교체에 실패하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저 이종걸을 포함해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각오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겨냥했다. ‘새누리당 2중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김종인 체제와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세 후보가 모두 ‘대여(對與) 강경 투쟁’을 내세우면서 차기 대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부임 당시부터 ‘수권 정당’을 강조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대신 여론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한 궤멸론’을 꺼내들었고, 야당의 핵심적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에까지 손을 대며 여론의 보조를 맞췄다.

공천 과정에서도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해진 ‘친노’ 세력을 대거 배제하며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사드 국면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논란을 절묘하게 회피했다. 1994년 노동당 당수가 된 토니 블레어가 노동당의 정체성이었던 국유화 강령을 폐기하고 사회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결합한 ‘제3의 길’을 제시해 보수당에게 압승을 거뒀던 것처럼, 김 대표의 모호한 태도도 더민주당에게 원내 제1당과 정당지지도 상승이라는 성과를 안겼다.

하지만 추미애·김상곤·이종걸 후보가 모두 ‘강경 노선’을 천명하면서 정권 교체라는 제1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더민주당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차기 대선 프레임이 다시 ‘운동권 야당’과 ‘보수 여당’의 대결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은 ‘탄핵 역풍’이 불었던 제17대 총선 이후 연전연패를 거듭해왔다. 만약 전당대회 이후 더민주당이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할 경우, 제20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야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초기부터 장담했던 대로 수권 가능한 정당은 만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실수도 못 받아먹는 정당이었다면, 지금의 더민주는 새누리당에서 빠져나온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정당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점은 차기 당대표가 ‘야성(野性)’을 내세우며 김종인 체제와 선긋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면서 “과거의 프레임으로 대선을 치르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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