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갑질 후 '사과문' 보니…'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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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갑질 후 '사과문' 보니…'부글부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8.1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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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도 갑질·인격은 없다" 십자포화…재벌2세, 집단폭행·클럽 여직원 담뱃불로 지지기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재벌들이 각종 폭행과 폭언 등 갑질 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내놓은 사과문이 자기변명으로 오히려 여론을 더 악화시키며 화를 자초하고 있다. ⓒ각 사

100자도 안 되는 형식적인 사과문

재벌들이 각종 폭행과 폭언 등 갑질 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내놓은 사과문이 자기변명 일색으로 오히려 여론을 더 악화시키며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시사오늘>이 그간 재벌들의 갑질 후 사과문을 분석한 결과 ‘진정성’이 없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에 불과하며 심지어는 사과는커녕 현장에서 도주 후 해외로 출국하려다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갑질 폭행으로 사회적 비난이 일면서 거래처 계약이 해지되자 폐업으로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라는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경비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된 정우현 미스터피자코리아(MPK)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월 2일로부터 3일 후인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으나 오히려 비난을 받았다.

사과문은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줄 수로는 7줄에 글자 수는 81자로 100자도 채 안 되는 형식적이고 진정성이 안 보인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누리꾼들은 “사과문이라고 헐~ 진정성이 전혀 없어…사과문도 갑질이네”, “참 돈이 사람 인성을 사라지게 하는구나”, “저런 사람이 경영하는 식당이라면 음식에 정성이라는게 있을까?”, “돈 있음 다 저런가…굿바이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정우현 회장은 지난 11일 폭행보다 무거운 상해혐의를 적용해 200만원 약식 기소됐다.

지난 3월 결혼한 여직원의 퇴직을 강요해 논란에 휩싸였던 대구지역 유명 소주기업인 금복주의 박홍구 대표이사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 역시 비난을 받으며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박홍구 대표이사 이름으로 올라온 사과문은 △피해 직원에 사고 △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해 노무관련 사항 개선 △사회공헌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 등 달랑 3줄에 부가적인 설명을 곁들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사과문이 나온 다음날인 3월 17일 “금복주가 사과문을 냈지만,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금복주 상품 불매 운동을 펴겠다”고 경고했다. 또 “사과문이 금복주가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운전기사 갑(甲)질 메뉴얼’로 논란에 휘말렸던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당일인 4월 8일 오후 4시께 곧바로 A4용지 한 장 분량의 사과문을 올리는 발 빠른 행동을 취했지만 비난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정 사장은 사과문에서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용서 구한다”면서 “가까운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했어야 함에도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정 사장의 A4용지 한 장 사과문은 수행기사에게 A4용지 140장여장의 매뉴얼을 만들어 숙지시키는 것에 비하면 진정성이 없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에서는 “무엇을 사과 한다는 것인지의 내용도 나와 있지 않는 사과문에 과연 반성하는 진성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젊은 혈기가 언제부터 저런 맥락에 붙여지기 시작했나”, “인격은 없다”, “‘갑질 끝판왕’ 매뉴얼 인두겁을 쓴 XX" 등 공분을 증폭시켰다.

정일선 사장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종이에 써 있는 사과문만 읽고 도망?

마산의 황토기업인 몽고식품의 김만식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폭언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일자 12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9줄 분량으로 “피해 당사자에게 반드시 명예회장이 직접 사과를 드리겠다. 이와함께 사태를 책임지고 명예회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4일 후인 28일 김 회장은 아들인 김현승 대표이사와 함께 몽고식품 창원공장 강당에서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는 백번을 돌이켜봐도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과 가벼움에 벌어진 일임을 뼈저리게 느낀다”면서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직에서 사퇴하고 이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지난날의 제 자신을 반성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승 대표이사도 “회사는 앞으로 임직원 모두가 같은 높이에서 인간미 넘치는 회사로 혁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라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사랑받고 신뢰받는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두 부자는 사과문 낭독 후 질의응답 없이 도망치듯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고, 누리꾼들도 대국민 사과문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사과에 대한 믿음이 안 간다”, “이런 형식적인 사과는 회사만은 살려야겠다는 의도겠지요”, “그냥 종이에 써 있는 것만 읽고 끝” 등 비판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앞에선 사회공헌 뒤에선 갑질 폭행

지난 2013년 9월 27일 셔틀버스 운행 지연으로 비행기를 놓치자 아시아나항공 용역직원을 신문지로 폭행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도 사태 후 3일이 지나서 공식 성명서를 통해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성명서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해 이런 성명을 발표하게 돼 송구스럽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당시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사과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뺨때리고 사과하면 그만, 자기가 늦어놓고 왜 직원을 혼내다 신문지를 던지냐”, “시과하면 뭐하냐, 그 마음 속에는 이미 모든 사람을 깔보는 마음으로 가득한 걸”, “대한민국은 블랙야크 회장 정도만 돼도 비행기 시간을 지키지 않고도 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비꼬았다.

특히 강태선 회장은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사회공헌재단인 ‘블랙야크 강태선나눔재단’을 설립해 기업이미지 제고에 나선 바로 다음날 폭행사건이 벌어져 ‘두 얼굴의 회장님’, ‘신문지 회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같은해 4월에는 경주빵과 호두과자를 생산하는 중소제과업체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현관서비스 지배인을 지갑으로 폭행했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지배인이 주차장 입구에 세워놓은 차를 이동시켜줄 것을 요구하자 강 회장이 “네가 뭔데 차를 빼라 마라 그러는 거냐”며 욕설을 하자 참다 못한 지배인이 “욕은 하지 마시라”고 하자 지갑으로 지배인의 뺨을 수 차례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 회장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일자 최대 납품처인 코레일관광개발이 프라임베이커리와 계약을 해지하자 다음달 폐업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죄 없는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재벌2세들의 '건방진' 갑질

재벌2세 갑질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14년 12월 조현아의 ‘땅콩회항’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던 조현아가 땅콩을 접시에 서비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항하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해당 사건은 국내는 물론 외신의 조명까지 받으며 국제적 망신을 샀다.

비난이 쏟아지자 대한항공 측은 사과문을 통해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면서도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자기변명을 늘어놨다.

여기에 조현아는 자신이 직접 사과가 아닌 회사차원의 변명에 급급한 사과문이라는 지적에 누리꾼들의 비난은 더욱 거셌다.

누리꾼들은 “변명일 뿐이다”,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지 말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막 나가냐”, “오너 2세라는 오만의 극치가 화를 자초했다” 등 비난의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누리꾼을 넘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도 “개X 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 비속어까지 동원한 분노를 표출했다.

문제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 조현민 전무는 복수를 꿈꾸는 카톡을 주고 받은 것이 세간에 알려지며 국민들을 더욱 공분케 했다.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도 여객조종사들이 비행 전 수행절차를 짚어낸 글에 ‘개가 웃어요’라는 댓글을 달아 ‘리더의 참모습이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외아들 신동학씨의 1994년 신년에 벌어진 ‘건방지게 프라이드’ 사건은 재벌2세 폭행의 대표격이라 부를만하다.

신동학씨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씨의 손자이자 제일화재해상보험 이동훈 회장의 아들 이석환씨 등은 그해 1월17일 새벽 1시50분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타고 가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차를 세우고 프라이드 운전자를 도로변에 있던 벽돌과 화분으로 집단 폭행했다. 이유는 프라이드 운전자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것이다.

신동학씨는 현장에서 도망친 뒤 2일 후인 19일 낮 영국 런던으로 출국하려다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같은해 4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앞서 1979년 7월에는 재벌2세 한국시티즌공업주식회사 이사 하명준씨가 담뱃불로 폭행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평소 단골로 가던 한 호텔 나이트클럽 여직원을 깨진 맥주병으로 위협하고, 여직원 하복부에 담뱃불로 자신의 성인 ‘하’자를 새겼다. 여직원은 고통에 못이겨 2시간 동안 실신했다가 깨어났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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