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펀치>와 우병우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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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펀치>와 우병우 정국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8.24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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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여론 배제된 우병우 사태…'그들만의 리그' 벗어나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우병우 정국이다. 검찰 비리가 전현직 검사장을 거쳐 청와대에 닿았다. 우 민정수석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 의혹을 시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 뉴시스

우병우 정국이다. 검찰 비리가 전현직 검사장을 거쳐 청와대에 닿았다. 우 민정수석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 의혹을 시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우 수석은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범죄정보기획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을 거치면서 '엘리트 검사'로 이름을 알렸고, 청와대에 들어간 지 8개월 만에 민정수석이 됐다.

특히, 그는 현직 때 굵직한 사건을 맡으며 검찰 인맥이 화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정인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나아가 국정원 핵심 요직에도 '우병우 사단'이 포진돼 있다는 것.

청와대 실세로 통하는 우 수석이 이번 논란의 '최종판'으로 등장하면서, 여느 드라마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이 종료되기 전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녹취록이 유출됐고, 청와대는 이에 대해 '국기 문란' 등 강경 반응을 내놓았다. 또 관련 의혹을 잇따라 제기한 보수 언론사를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 대치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신문에 연일 장식되는 우병우 사태를 보고 있자면, 드라마 <펀치>가 떠오른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펀치>는 검찰 조직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렸다.

주인공 박정환 검사는 자신이 모시는 이태준 지검장을 검찰총장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검찰 내 세력을 끌어모으고 정·재계 로비로 입지를 굳힌다.

사건 수사도 마찬가지. 그는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관련 기업의 부정을 덮는다.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하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처럼 박정환은 '이태준 검찰총장 만들기'에 성공하지만, 예기치 못한 시한부 인생을 맞는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 뒤늦게나마 검찰비리에 칼을 뽑아든다.

그러나 <펀치>는 닳고 닳은 권선징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박정환은 여태껏 자신이 뒹군 진흙탕에 달려들면서도, 동료 검사인 전 부인에게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국제초등학교 부정 입학서를 건넨다. "정글에서 살 애한테 농사짓는 거나 가르치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절정은 극 초반부터 박정환, 이태준과 첨예한 권력다툼을 벌인 법무부장관 윤지숙의 추락이다. 윤지숙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걸 국민께 보여주겠다"고 되뇌지만, 정작 아들의 병역비리를 위해 살인미수까지 합리화한다.

끝까지 기득권의 삶을 놓지 못한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더 나쁜 놈'이 주연한 드라마를 현시점에 떠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검찰 비리를 주제로 했다는 점을 넘어 시선의 기시감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현실 세계에서도 국민 여론은 화면 너머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보는 관객에 불과하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별감찰이 수사의뢰한 아들의 병역특혜와 가족회사의 자금 유용 의혹이 이외에도 화성시 소유 농지와 변호사 시절 수임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상식에 맞춰봤을 때 철저히 규명돼야 할 사안들이다.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일부 여당 인사는 우병우 사태를 오히려 '정권 흔들기'로 간주하고 반격에 나섰다. 국민여론과 괴리된 인식에 허탈감이 앞서는 이유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한 '물어뜯기식' 싸움은 소외감마저 든다. 서로의 약점을 쥐고 '술래잡기'에 치중한 나머지 화면 너머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가운데, 검찰은 지난 23일 우병우 수석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팀장으로 임명된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돼 수사 진행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이번에는 '시청자 게시판' 정도는 의식한 결론이 나오길 바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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