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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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와 착각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6.08.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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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호남 구애’에 나섰다고 한다. 호남 민심을 얻어야 내년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인데 일종의 지역주의 정치공학이라고 할 수 있다.

4자필승론, 나름 정교한 지역주의 논리였다.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노태우·김영삼 후보가 영남표를 나눠 갖고 충청표는 김종필 후보가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자신은 호남 몰표에 상대적으로 앞서는 수도권 표까지 더해져 당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대중 후보는 3위였다.

▲ 요즘 정치권에서 지역주의 정치공학이 회자된다. 이는 콘텐츠와 비전 제시 능력이 없는 정치권의 무능을 반증하는 것으로 공허한 느낌이다. ⓒ뉴시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는 수도를 충청도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수도이전 공약 효과를 봤다’라는 식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수도이전 공약으로 충청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돼도 수도이전 공약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심지어 수도이전 공약으로 노무현 후보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노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 이력에 비춰볼 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뭔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이다. 만약 노무현 후보가 수도이전 공약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큰 표 차로 승리했을 것이다.

1992년 대선에서 ‘3당 합당’의 김영삼 후보가, 1997년 대선에서 ‘DJP연합’의 김대중 후보가 승리한 것을 지역주의 정치 공학의 승리로 보는 것도 착각이다. 김영삼 후보의 승리는 민주화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결합을 통한 안정적 개혁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지, 이런 것 없이 그저 지역주의 공학만 내세웠으면 여론이 악화되면서 3당 합당이 유지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김대중 후보의 승리도 김영삼 후보의 승리와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호남 구애’, ‘충청대망론’ 등에는 정치철학이나 비전은 없이 오로지 지역주의 정치 공학만 있다. 이런 지역주의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런 껍데기 지역주의론이 대단한 것인냥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콘텐츠도 없고 비전 제시 능력도 없으니 얄팍한 지역주의 공학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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