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後③]"돈으로 때운다"…장애인 고용 기피하는 대기업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국감 後③]"돈으로 때운다"…장애인 고용 기피하는 대기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8.28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국감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그리고 국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기타 기관, 기업 등을 상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관·기업을 향해 국민을 대신해서 꾸짖고 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된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그저 그때뿐인 기관·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국감 현장에서만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국감이 끝난 뒤에는 시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국감 그 이후' 기획에서 이 같은 기관·기업들의 작태를 들춘다.

한진중공업·현대건설·GM대우, 최근 4년 간 장애인고용률 '0'

매년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여전히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는 것으로 <시사오늘>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돈으로 때우고 있어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민간기업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국내 민간기업들의 장애인고용률은 1.45%(2005년)에서 2.45%(2014년)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상용 노동자 1000인 이상 대기업들은 1.2%(2005년)에서 2.03%(2014년)로 민간기업 평균보다 증가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 가운데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가진 30대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그룹들의 평균 장애인고용률은 1.9%(2014년)에 불과했다. 특히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GM대우는 최근 4년 간 장애인고용률이 제로(0%)였으며, KCC그룹과 SK하이닉스도 최근 3년 동안 장애인고용률이 0%에 그쳤다.

현행법에서는 상시 5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의 경우 반드시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토록 규정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바로 이 부분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30대 기업들이 납부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은 2014년 기준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음에도 민간기업 평균보다 낮은 장애인고용률을 보이는 것은 대기업들의 책임 의식이 얼마나 바닥에 떨어졌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장애인고용 의무를 돈으로 때우고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대기업들의 장애인고용률을 높여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증가에 신경을 쓰기는커녕 부담금 납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제도 취지가 무색해 졌다"고 꼬집었다.

씨티은행·KEB하나은행·미래에셋생명보험, 장애인고용률 1%도 안 돼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많은 질타를 받았음에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장애인고용 의무를 다하는 데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하지만 국회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기업들은 여전히 장애인고용 의무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12월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민간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2.51%로 집계됐다. 하지만 상용 노동자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그보다 낮은 2.07%에 그쳤고, 30대 그룹은 1.92%에 머물렀다.

이는 2014년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들이 장애인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2014년 전체 민간기업 장애인고용률과 대기업의 격차는 0.42%, 30대 그룹과는 0.55%였지만, 2015년에는 각각 0.44%, 0.59%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장애인고용 의무를 가장 게을리 한 대기업은 포스코, 동부 등이었다. GS, 한진,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 계열사도 장애인고용이 저조했다. 특히 LG그룹 계열사 실리콘윅스, 포스코그룹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2곳은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고용률이 1%에 못 미치는 사업장도 많았다. 씨티은행, KEB하나은행, 미래에셋생명보험 등 금융권 회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또한 대기업들은 장애인에 대한 후원·공헌 사업에도 소홀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리우장애인올림픽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후원한 대기업들은 한 종목당 30곳에 육박한 반면, 리우장애인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한 기업은 3곳에 그쳤다. 더욱이 이 중 2곳은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장애인의무 고용을 강조하기에 앞서 정부가 장애인 고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부터 조성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사회적 인식과 문화의 변화, 그리고 장애인이 편안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를 구성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대기업들의 장애인고용률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비슷한 장애인고용 의무 제도를 시행하는 독일은 전체 장애인고용률(4.7%)보다 대기업의 장애인고용률(5%)이 훨씬 높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