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전대 관람기] 안희정에 쏟아진 '박수'…대권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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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전대 관람기] 안희정에 쏟아진 '박수'…대권 향배는?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8.2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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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카드', 호남복원 가능할까…이동학이 던진 '청년 문제'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반전의 컷오프에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없었다. 하지만 현장은 뜨거웠다. 잠룡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이 모두 총출동했기 때문. 

지난 27일 더민주 전대에서 눈에 들어오는 몇가지 장면이 있었다. 대선을 향해 돛을 올린 신임 지도부가 생각해봐야 할 과제도 함께.

'친문'으로 모였지만…黨心은 문재인보다 안희정?

▲ 지난 27일 '친문 일색'의 전대에서 문 전 대표보다 더 큰 박수를 얻어 눈길을 끈 이가 있었다. 바로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 시사오늘

전대에서 이목이 쏠린 곳은 무대 위보다 아래였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야권잠룡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인기는 독보적이었다. 등장하기 전부터 예상이 가능할 정도로 주변이 술렁였다. 그는 첫 줄에 앉아있는 김종인 대표를 필두로 당내 중진과 원로 인사들에게 허리를 숙여 악수를 건넸다.

미리 앉아있던 의원들도 문 전 대표에게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20대 국회에 대거 입성한 PK지역 친노친문 성향의 박재호 의원과 김해영 의원도 눈에 띄었다. 후보 연설도 '친문', '호문', '특정 계파'라는 단어가 지속적으로 언급됐고, 문 전 대표와 함께 한 사진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친문 일색의 전대에서 문 전 대표보다 더 큰 박수를 얻어 눈길을 끈 이가 있었다. 바로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이시종 충북지사 옆에 앉아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문 전 대표 바로 뒤에 앉아있던 탓인지 이때까지만 해도 존재감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전대 시작 전 안희정 지사가 호명되자 대의원 사이에서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안 지사를 연호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문 전 대표를 소개할 때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었다. 안 지사 역시 밝은 표정으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앞서 안 지사는 지난 10일 더민주 서울특별시당 강연에서 "김대중 노무현이 넘지 못한 그 역사의 문지방을 내가 넘고 싶다"고 말해, 사실상 대권도전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당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주자로서 문재인에 대한 반감은 호감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차라리 안희정이 나선다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밝힌 바 있다.

안 지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대인관계다. 노무현 사단에서도 주로 조직관리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지사는 이날 전대 현장을 돌아다니며 당직자뿐 아니라 취재진들과도 살뜰히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복원'…친문성향 양향자 카드, 먹힐까

▲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양향자 위원의 힘겨운 승리는 호남복원에 대한 당내 열망과도 연결된다. ⓒ 시사오늘

이날 더민주 전대에서 비교적 긴장감이 맴돌았던 것은 여성최고위원 부문이었다.

양향자 위원이 당내 주류세력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대인 유은혜 후보와 비교해 봤을 때, 원외에 있는 데다가 정치경력이 짧아 승리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유 후보의 이날 연설은 현장을 압도한 듯 보였다. 이는 투표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양향자 위원이 권리당원 ARS 투표에서는 66.54%로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대의원 현장투표에서는 47.63%로, 유 후보에 밀렸다. 

양향자 위원의 힘겨운 승리는 호남복원에 대한 당내 열망과도 연결된다. 그는 정견발표에서 "호남을 과거의 틀속에 가두고, 홀대론이 아니면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구시대의 정치를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양 위원이 당내 인사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는 가운데, 이개호 의원은 양 위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의 유일한 당선인으로 비주류로 분류된다. 그는 선거 직후 "문 전 대표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볼 순 없지만 책임은 일단 분명히 있다"며 '문재인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전대 현장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모습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영입인사로 알려진 윤 시장은 지난해 야권분열 사태 당시 이적 여부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서 박원순 서울시장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우클릭' 행보에 청년경선 던진 쟁점…'성공신화 對 평범한 청년'

▲ 청년부문 경선 역시 예상된 결과가 나왔지만 여파는 강하게 남겼다.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더민주로서는 가장 아픈 곳을 찔렀기 때문이다. ⓒ 시사오늘

이날 청년부문 경선 역시 예상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여파는 강하게 남겼다.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더민주로서는 가장 아픈 곳을 찔렀기 때문이다.

이날 경선에서 김병관 위원이 "성공한 청년사업가"를 강조하자, 이동학 후보와 장경태 후보는 "성공신화 앞세우지 말라"고 반격했다.

김병관 위원은 "저는 27살에 창업해 7명의 작은 회사를 700명의 회사로 키웠다"며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가 IT사업에 투자해 정보화시대로 나아갔고 청년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청년 김병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6개월의 청년수당도 반대한다. 이 정권에 대한민국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강하고 유능한 청년위원회를 만들어서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동학 후보는 김 후보의 연설을 겨냥,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되, 성공신화는 앞세우지 말자"며 "우리 당에서 청년들에게 보내야 할 신호는 보편적인 삶을 살아도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는 실업계 나왔다. 실패한 거냐. 가진 돈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실패한 거냐. 아니다. 꿈을 가지고 있는 한 성공한 것"이라면서 "인재육성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큰 성공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일상에 절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청년비례제를 둘러싼 논란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당시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 심사 의혹이 일자,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청년비례후보자들이 수준 미달"이라며 "국회의원이 한자리 주는 건 줄 아느냐"고 힐난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2030세대 중심의 지지층을 보유한 더민주가 "제 잘못은 감추고 흙수저 출신의 청년들에게 도전할 기회조차 막아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청년경선은 주류세력의 지지를 받는 김병관 위원의 승리였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보편적인 삶을 살아도 실패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동학 후보의 현장 투표율은 40.65%에 달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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