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음주와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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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음주와 불면증
  • 박종운 인천 공덕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8.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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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의 한방 인문학(22)>술 마시면 일시적으로 졸릴 수 있지만 숙면에는 오히려 방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종운 인천 공덕한의원 원장)

20년 전에 나온 영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첫째,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 둘째, 언제나 맥주는 내가 처음 오픈한다. 셋째, 맥주는 친구와 나눠 마실수록 맛있다. 넷째, 맥주는 누구라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다. 다섯째, 맥주는 어디서나 망설임 없이 먹을 수 있다. 여섯째, 맥주는 겉만 봐도 그 내용물을 알 수 있다. 일곱째, 맥주를 평생 마실 의무는 없다.

맥주를 빼놓고 여름 술을 얘기하기는 힘들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맥주 예찬가다. 그의 에세이는 물론 소설에도 맥주가 자주 등장한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56번이나 등장할 정도다. 실제로 이 책은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다 갑자기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밤에 맥주를 마셔가며 집필한 결과물이다.

폭염 더위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술김에 잠드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열대야 현상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솔직히 술 없이 잠들기 힘든데, 술 먹고 잠드는 건 괜찮을까요?”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졸릴 수 있지만 숙면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또 음주가 습관이 되면 불면증 이상으로 몸을 해칠 수 있다. 술은 길게 보면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술은 치료에서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하나는 치료 보조 수단의 긍정적인 면이고, 또 하나는 병을 깊게 하는 부정적인 면이다. 소량의 음주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동양의학에서는 기혈의 흐름을 좋게 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술의 특징에 주목한다. 동의보감은 ‘술이 위기(衛氣)를 강화해 사기(邪氣)를 막는다’고 했다. 위기는 몸 밖으로 나오는 면역력이다. 이 기운이 떨어지면 삿된 것들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약으로 활용되는 술도 많이 마시면 몸이 상한다. 동의보감은 술을 열과 독이 많다는 대열대독(大熱大毒)으로 표현하고, ‘열이 많아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독이 많아 사람의 본성이 바뀐다’고 술의 해악을 적었다. 과음은 기의 상승을 불러 목에 가래를 유발하고, 소변 줄기가 약해지게 한다.

잠을 청하기 위해서는 한두 잔으로는 어렵다. 취기가 올라올 정도로 마셔야 한다. 즉 과음에 가까워야 걱정과 불안을 떨치고 잠을 잘 수 있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장부의 습열(濕熱)과 혈액의 담음(痰飮)이 형성돼 불면증 악화와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현대과학도 알코올이 수면을 방해하는 것으로 본다. 수면은 잠의 깊이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이중에 알콜은 깊은 수면인 3,4단계의 잠을 줄인다. 꿈꾸는 수면 단계인 렘(REM) 수면이 방해되고, 탈수증세로 자주 깨게 된다. 또  수면에 필요한 체내 화학작용에도 지장을 준다. 아침에 일어나도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는 이유이다. 다만 다량의 음주는 잠드는 데까지의 시간이 빠르게 한다. 이로 인해 불면이 해소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음주는 숙면을 방해해 불면증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량의 음주는 일시적으로 잠으로 이끌 수 있으나 수면의 질을 낮게 한다. 습관성 음주는 간, 위장, 심장은 물론이고 정신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지속적 과다 음주는 면역력 저하를 촉진해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인한 화병이 발생하는 울즉화화(鬱卽火化)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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