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①] '벼락치기' 나선 공직자…"너무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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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①] '벼락치기' 나선 공직자…"너무 복잡해"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8.30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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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해석에 따라 법 적용 범위 달라질 소지多…사례별 판단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김영란법' 시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법의 핵심 적용 대상인 공직자들이 때아닌 '속성 학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광범위하고 모호한 기준 탓에 곤혹스러운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 뉴시스

'김영란법' 시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법의 핵심 적용 대상인 공직자들이 때아닌 '속성 학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공직자·언론인·사립교원, 그리고 그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게 골자다.

앞서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법 시행이 현실화되면서 공직자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광범위하고 모호한 기준 탓에 '공부해도 소용없겠다'는 곤혹스러운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3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주최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등 부패방지 교육'은 국회의원 보좌관과 공무원, 언론인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실시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국민권익위원회 곽형석 부패방지국장은 "지난해 권익위 부패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김영란법 제정 배경과 부정청탁·금품 수수의 기준, 예외사유 등을 차례로 설명했다.

권익위가 규정한 '부정청탁'은 △인가·허가 등 직무 처리 △행정처분·형벌 부과 감경·면제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공공기관 의사결정 관여 직위 선정·탈락에 개입 △공공기관이 생산·공급하는 재화 및 용역의 비정상적 거래 등 14가지 대상 업무에서 지위·권한을 남용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이때 △법령·기준에서 정하는 절차·방법에 따라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 △공개적으로 공직자 등에게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 △선출직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 7가지 사유는 예외로 뒀다. 

이와 관련, 곽 국장은 "공개적 요구라는 표현에 여러 해석이 붙을 수 있는데, 공식적인 간담회를 통해 의사표시하는 경우는 해당한다"며 "그러나 길거리 등에서 요구하는 상황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와 관련해서 "공익성에 대한 범위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다수 국민의 공익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의 이익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금품 등'은 △금전·유가증권·부동산·숙박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주류·골프 등 접대·향응 △교통·숙박 등의 편의제공 △취업 제공 등 그밖의 유형·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이른다.

그러나 이 또한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예외사유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곽 국장이 "김영란법 관련 가장 질문을 많이 받는 게 골프비용"이라면서 "직무 관련자의 회원권으로 할인된 비용을 지불할 경우 접대 효과가 나기 때문에 비회원 가격으로 더치페이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몇몇 공직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권익위에서도 "법안 내용이 많고 사례가 복잡해 당장 모든 걸 알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해석에 따라 법의 적용 범위가 달라질 소지가 많다는 데 고심한 듯했다.

대신, 대처방안은 명확했다. 기록을 남기라는 것이다.

곽 국장은 "청탁을 받으면 윗사람, 아랫 사람 핑계를 대면서 무조건 어렵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반드시 상담을 통해 기록을 남겨야 면책받을 수 있다. 공직자의 경우, 과태료 부과는 징계가 의무화돼 있기 때문에 꼭 유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한 국회 보좌관은 <시사오늘>과 만나 "당장 한 달 뒤에 시행되는 김영란법 때문에 교육에 참여했는데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면서 "우선은 오해 사지 않게 처신을 조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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