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리더십]침묵 또 침묵…태생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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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리더십]침묵 또 침묵…태생적 한계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6.08.3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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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 제시 후 침묵... '계파갈등 촉매제' 될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입을 닫았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이후 일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 뉴시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입을 닫았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이후 일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가 민심과 괴리가 있다면 누구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통령과 청와대에 그런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우병우 사태’만 봐도 그렇다. 몇몇의 강성 친박 의원을 제외하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병우 사퇴’로 의견이 모아진 상황이지만, 집권 여당의 당대표는 아무 말이 없다. 청와대를 의식한 행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끓어오르자 이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눈에 보이는 해, 구름, 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본인 나름대로 청와대에 여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의견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12년에 걸친 ‘각별한 인연’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2004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의해 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치권에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2007년 당 내 대선 경선 당시에 박근혜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았고, 박 대통령이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을 때는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도맡아 했다. 이렇게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해왔다.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최종 연설에서도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 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반해 ‘바람처럼’ 리더십을 추구하겠다는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서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하는 등 ‘우병우 사태’를 대하는 태도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1일 추경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지연에 대해 이 대표는 "한마디로 응급환자를 실은 119구급차를 가로막고 있는 차와 같다"며 “추경 예산이 투입이 안 돼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해서 그것에 대한 불만으로 대선 때 이득을 보려고 하는 전략"이라고 말하면서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대표로서라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와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는 것 같은 모습이 당내 갈등을 다시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30일 “우병우 수석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대표의 ‘침묵’을 압박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주호영·나경원 중진 의원들도 이 대표의 행보에 비난을 가세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정치발전연구소 강상호 대표는 3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정현 대표의 정치적 커리어를 봤을 때, 당대표 선출 때부터 이미 ‘친박계의 관리인’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치적 세레모니 차원에서 이 대표를 비난하겠지만, 정치적 생명이 끊길 정도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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