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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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무엇인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9.0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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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는 정부와 국민의 상호활동임을 잊지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8월의 마지막 날, 국회의사당에서 신촌 방향으로 가는 버스였다. 153번 버스 맨 뒷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아저씨가 물었다. “정치부 기자라고? 기자 양반아, 뭐 하나만 물어보자. 정치가 뭐야?”

사전에서 정치(政治)를 찾았다.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동안 쓴 기사들을 다시 읽어봤다. 누가 국가 권력을 획득하는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썼다. 그런데, 없었다. 정치인이 어떻게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지, 어떻게 상호간 이해를 조정하는지에 관한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정치 활동은 정부와 국민,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쓴 정치 기사는 ‘누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계산을 하는지’가 전부였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권력 투쟁만을 다뤘다. 돌이켜보건대, 나는 ‘정치부 기자’가 아니라 ‘정치공학부 기자’라고 불려야 옳다.

결국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누가 권력을 획득하는지도 중요하다. 권력을 획득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치 방향도 바뀐다. 단,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권력을 지닌 자가, 권력을 이용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다.

공약은 지키고 있는지, 예산은 어떻게 쓰는지, 어떤 정책을 집행하고, 그 정책이 국민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도 알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자신의 선택에 보람을 느낀다. 반성도 한다. 그래야 정치인도 국민의 무서움을 느끼고, 정치도 발전한다.

지난 며칠 동안 국회에서는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나 11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 예산안 내용이 무엇인지, 처리가 되면, 또는 처리가 되지 않으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권 주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내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를 내가 뽑은 대리인들이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부모에게 답을 알려줘야 진짜 정치부 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은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를 ‘권력 투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조정과 협상 과정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국민은 정치를 혐오할 이유도, 무관심할 이유도 없다.

국민은 현명하다. 하지만 바쁘다. 그래서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민감하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권력 싸움만 보여주면, 정치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싸우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내게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줘야, 국민은 정치의 가치를 재평가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이, 정치인과 유권자가 하는 상호활동이다. 고백컨대, 지금까지 나는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정치란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혹여나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차제에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정치란 무엇인지를.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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