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청문회]부실조치 의혹…"6800톤 세월호에 소형 공기주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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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청문회]부실조치 의혹…"6800톤 세월호에 소형 공기주입기"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9.01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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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유가족, "장인 빠져나왔다"는 말에…부러운 듯 "좋겠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1일 세월호 3차 청문회가 증인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선내 에어포켓 부실 조치 등 잇따른 의혹에 허망해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세월호 3차 청문회가 증인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선내 에어포켓 부실 조치 등 잇따른 의혹에 허망해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에서 3차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장은 세월호 유가족과 특조위 관계자, 취재진을 모두 수용하기엔 비좁아 보였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청문회는 정확하게 듣고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예산의 뒷받침을 받지 못해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특조위는 1, 2차 청문회 당시에도 국회 측에 장소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결국 서울시청과 서울 YMCA 건물에서 각각 진행한 바 있다.

특히, 3차 청문회는 정부로부터 특조위 조사활동기간 종료를 통보받은 이후여서 출석을 요구받은 증인들 대부분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이목이 쏠린 부분은 '에어포켓과 공기주입 등 부실조치'에 대한 의혹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체가 가라앉자, 선실 내부에 공기가 남아있는 상황인 '에어포켓'에 희망이 실린 바 있다. 특히, 참사 1년 전 대서양 선박사고에서 에어포켓으로 3일간 연명하다 구조된 사례가 있어 이목이 쏠린 것.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가족 분들이 공기라도 집어넣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왜 공기를 집어넣지 못하냐고 이야기해뒀다"고 말했다.

해경 측도 '생존자의 생존 가능성을 위해 공기 주입을 시작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 따르면, 당시 에어포켓 공기주입을 했던 장치는 소형 공업용 공기압축기 'DENYO-180'으로 실제 구조에는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언딘 협력사의 박승도 금호수중개발 대표는 "배가 침수되고 있으니 공기압축기를 구해야 한다고 지시 받았다"며 "목포와 광주를 수소문해 구한 게 DENYO-180이었고, 대형 공기압축기를 찾았을 땐 배가 완전히 침몰하고 난 뒤였다"고 증언했다.

이에 박종운 신문위원은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이 들어갈까 말까 하는 크기의 호스로 무게 6800톤 급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하려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정부가 애초에 에어포켓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2014년 국정조사 녹취록 자료에 따르면, 최상환 전 해경 차장은 참사 당시 실무자와 통화에서 "구멍이라도 뚫는 흉내라도 내고"라며 "실효성이 없어도 해봤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윤상 언딘 대표는 "당시 노후선박에 에어포켓이 없으니 대형 크레인으로 선박부터 들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정부는 세월호가 부력을 유지할 수 없고 에어포켓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숨긴 채 가족들을 희망고문하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청문회 내내 허망한 표정으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화가 난 표정으로 눈물도 흘렸지만 통곡도, 고성도 없었다. 나지막한 탄식만 이어졌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선체 내부의 DVR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세월호 DVR은 참사 두 달이 지나 해경의 요구로 수거됐으며, 이 사실도 민간잠수사들을 통해서야 알려졌다. 특조위는 특히, 선체 내 CCTV 작동과 직결된 DVR의 파일에 시간차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세월호 생존 타승자 강병기 씨는 "당시 함께 탑승한 장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안내데스크 CCTV를 보고 있었다"며 "배가 기울고도 한참 동안 CCTV가 켜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특조위는 "복원된 DVR 자료에는 강 씨가 증언한 시간대 영상이 없다"면서 "편집이나 삭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규명해줄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강 씨가 장인 생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행히 빠져나오셨다"고 답하자, 일부 유가족이 부럽다는 듯 "좋겠다"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NHK>와 인터뷰에 응한 한 세월호 유가족은 "다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만날 때마다 놓친 게 나온다"며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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