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後⑤]대기업, 연봉 깜깜이 미등기임원 '증가'…국회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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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後⑤]대기업, 연봉 깜깜이 미등기임원 '증가'…국회 '조롱'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9.0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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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오리온, 작년 대비 미등기임원 수↑
제일기획, '등기임원→미등기 전환' 여전, 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국감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그리고 국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기타 기관, 기업 등을 상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관·기업을 향해 국민을 대신해서 꾸짖고 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된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그저 그때뿐인 기관·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국감 현장에서만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국감이 끝난 뒤에는 시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국감 그 이후’ 기획에서 이 같은 기관·기업들의 작태를 들춘다.

2015년 김현, "대기업, 보수공시 피하려 미등기임원 전환"

삼성·LG(엘지)·현대·SK(에스케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보수공시를 회피하는 미등기임원 전환 문제로 지난해 국민의 호된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오히려 미등기임원을 늘린 것으로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전 의원은 2015년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벌 대기업 임원들이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해 보수공시가 의무화 된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2013년 상장사 중 5억 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들의 연봉공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기업의 불투명한 경영행태와 일부 임원들에게만 쏠린 고(高)보수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보수공시를 통해 투명한 기업 경영을 이끌어 내는 게 핵심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이 보수공시연도 직후 회장, 부회장, 사장, 전무 등 보수공시 대상임원을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려, 해당 법안은 무력화 되고 말았다.

당시 김 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보수공시 대상 임원을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한 기업은 총 13개사(社)에 달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연제훈 삼성생명 부사장, 최태원 SK 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전무 등 총 16명의 등기임원이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의원은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법안을 개정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또한 국민들의 재벌개혁 열망에 반하는 행위"라고 질타한 바 있다.

2016년 대기업, 되레 미등기임원 '늘려'

▲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국회 지적을 무시하고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해 미등기임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하지만 일부 국내 굴지의 재벌 대기업들은 이 같은 국회의 지적을 조롱하듯, 오히려 미등기임원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의 미등기임원 수는 60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52명보다 8명 증가했다. SK네트웍스도 지난해 말 30명에서 2016년 상반기 39명으로 9명 늘었고, SK하이닉스 역시 이번 상반기 미등기임원이 140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137명보다 3명 더 늘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105명에 그쳤던 미등기임원 수를 올해 상반기 109명으로 4명 늘렸다. 오리온의 2016년 상반기 미등기임원 수도 지난해 11명에서 13명으로 2명 증가했다.

특히 제일기획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보수공시 대상이었던 등기임원 K 고문을 올해 상반기 들어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K 고문은 지난해 17억100만 원의 연봉을 받아, 보수공시된 제일기획 등기임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이와 관련, 제일기획 측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K 고문은 이미 지난해 퇴임한 인사고, 전관예우 차원에서 고문직 미등기임원으로 공시된 것"이라며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외에 삼성전자(1087명), 대림산업(105명), 삼성생명(62명) 등은 작년과 올해 상반기 미등기임원 수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거론한 대기업들은 모두 보수공시연도 직후 등기임원 다수를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려, 2015년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현 전 의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는 회사들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 소속 야권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난 1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 재계 실정상 등기임원보다 미등기임원이 더욱 많은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2018년부터 미등기임원도 보수를 공시하게끔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보다 강도 높은 법제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19대 국회는 지난 3월 미등기임원이라도 보수총액이 상위 5명에 해당할 시 개인별 연봉과 산정기준을 공시하도록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기준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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