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여권잠룡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권행보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수도권 이전’, ‘모병제’, ‘생활임금 1만원’ 등 진보진영의 단골메뉴였던 굵직한 현안들을 리드하는가 하면 보수·진보 아우르는 인사 영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가장 최근 남 지사가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모병제’다. 남 지사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안보위기, 인구절벽, 취업난 등을 거론하며 ‘모병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슈 파급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남성 대다수가 징병 대상인 상황에서 ‘모병제’는 파급력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 지사는 지난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2025년에 아이가 태어나는 수가 40만 명 이하로 떨어진다. 이러면 현재와 같은 50 혹은 60만 대군을 유지할 수가 없다”면서 “9급 공무원 수준의 월급 200만원을 주면서 30만 명 수준의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호응도 좋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모병제’에 동조하는 의견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 지사의 ‘모병제’에 관한 언론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모병제도는 21세기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안보의 질적 향상을 위해 어떻게 도움이 될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5일에는 국회에서 ‘모병제’ 토론회를 개최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새누리당 정두언 전 의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사회 각계 인사 70여명이 참여하는 '모병제 희망모임'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모병제’ 이슈화에 나설 예정이다.
또 남 지사는 지난달 31일 현재 7,030원인 경기도 생활임금을 2019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임금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뿐만 아니라 남 지사는 경기도에 ‘청년 구직 지원금’ 필요성을 공감하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남 지사는 진보진영의 이슈선점 뿐만 아니라 보수·진보를 넘나드는 인사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도민 교육프로그램 지(G)무크 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윤 전 장관은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인사’로 꼽힌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진보 원로지식인’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한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는 각각 통일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냈고,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싱크탱크 ‘담쟁이포럼’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남 지사의 이러한 인사 영입은 ‘좌우 보폭 넓히기’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향한 남 지사의 ‘광폭 행보’에 대해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는 남 지사의 적극적인 대권행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유력 대선주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남 지사의 ‘세종시 이전’ 발언에 대해 “대권욕과 대한민국 ‘수도 이전’을 맞바꾸지 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남 지사는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내용의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남 지사의 조기등판론이 불붙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김 전 대표가 견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남 지사가 경기도 산하 조직과 업무 연관성이 없는 윤 전 장관과 한 전 부총리를 영입하면서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조직을 이용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남 지사의 적극적인 대권행보도 좋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많은 걸 벌리다보면 자짓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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