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몽니'에 시민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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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몽니'에 시민 안전 '위협'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9.05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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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울 중구 소공로 호텔 사업 '논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중구 소공로 초대형 호텔 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부영그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뒤늦은 몽니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서울시의 몽니에 서울시민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영은 2012년 1721억 원을 들여 삼환기업으로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11-9번지 일대 땅과 건물을 매입했다. 27층짜리 고층 호텔을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2015년 10월 30일 부영의 사업을 승인했다. 시(市) 측은 "부영이 토지 소유권과 토지 사용권, 그리고 자금조달능력 등 관광진흥법상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는 것으로 보여 '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부영은 서울시를 믿고 해당 지역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등 호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초 서울시가 갑자기 제동을 걸었다. '소공로변 근현대건축자산 관리·보존방안'을 제시해 근현대건축자산으로 지정된 소공로 일대 5개 빌딩을 최대한 보존해 호텔을 지어야 한다고 부영 측에 권고한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당초 부영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 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은 기존 임대주택 사업에서 호텔·리조트로의 사업 다각화를 원하는 부영과 쇠락한 옛중심지에 호텔을 세워 새로운 관광자원과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추진된 사업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해 이번 사업을 승인할 당시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 건축 심의 등 일련의 절차를 모두 건너뛰고, 부영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근현대건축자산이 헐린다는 걸 사전에 인지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갑작스런 약속 파기로 부영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시의 권고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업의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영은 근현대건축자산 고층부(6층 이상)를 기둥을 세워 보존하고 기둥 사이에 보행로를 두는 방안 등을 놓고 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도 서울시의 실착이 여실히 느껴진다. 소공로 일대 근현대건축자산은 관계당국의 정밀 안전진단에서 사용제한(D)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건물 고층부를 무리하게 보존했다가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존재한다. 근현대건축자산 보존을 원한다면 부영의 사업 승인 거부는 물론 시 차원에서 보수공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당 건물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뒤늦게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뒤늦은 몽니가 박원순 서울시장(더불어민주당)의 대권플랜의 일환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박 시장은 최근 청년수당을 앞세우고, 싱크탱크를 구성하는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근현대건축자산 보존 권고도 지지층 결집 포석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이 서울 중구 소공로 일대 호텔 사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시사오늘

현재 소공로 일대는 호텔 사업이 일시 중단돼 그야말로 '유령도시' 상태다. 전선, 수도관. 광고판 등이 그대로 노출된 데다, 땅 곳곳이 움푹 파여 있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보행로는 성인 남성 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세입자가 모두 빠져나가 밤이 되면 인적이 뜸해 사건·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많다.

이처럼 서울시의 뒤늦은 몽니로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시정은 오직 서울시민만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정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시의 전향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부영 역시 서울시와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근현대건축자산 보존을 위한 어느 정도의 양보도 필요하다. 특히 우리 재계에서 역사의식이 강하기로 널리 알려진 이중근 회장이 수장인 만큼, 서울시와 원만하게 이번 논란을 해결하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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