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을 달리는' 해외 건설업계 vs. 국내는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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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을 달리는' 해외 건설업계 vs. 국내는 '아날로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9.06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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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없는 국내 건설업계…R&D·M&A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외 산업계가 첨단기술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 건설업계는 기술 연구·개발과 그 적용에 유독 소홀하다는 지적이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R&D 투자와 전략적인 M&A(인수합병)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 2010년 당시 신공법을 이용해 완공된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 쌍용건설

지금 해외 건설업계는…'첨단기술 확보하라'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인프라 분야에서 첨단기술이 적용된 SOC(사회기반시설)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는 △드론 △첨단 소재·신재생 애너지 △첨단 제조 기술·자동화 △디지털화 등을 첨단기술의 예로 들었다.

실제로 드론을 이용한 원자재 배달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상태이며, 전기자동차 공급 증가 등으로 대용량 전력저장시설 건설과 새로운 전력망 구축이 요구될 공산이 크다. 또한 3D 프린팅 등 첨단 제조 기술로 원자재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근 선진국 건설사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첨단기술 확보에 절치부심하는 모양새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건설업 특성상 기술 연구·개발과 적용을 하기가 그동안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적 차원에서 첨단 건설 환경 구축에 발 벗고 나선 영국이다. 2013년 영국 정부가 공개한 '2025년 건설 산업(Construction Industry in 2025)에 따르면, 영국은 사물 인터넷 등 첨단 ICT 기술과 물리적 시설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첨단기술의 시설물 반영을 강조한다.

또한 인건비, 원자재값 등 공사비 상승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공법과 신자재 활용을 자국 건설업계에 권유한다. 특히 저탄소 시대에 맞는 기술 혁신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자원 연구·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 눈에 띈다.

세계 건설시장 후발주자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중국도 2012년 모듈러 공법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단 15일 만에 30층짜리 건물을 짓는 등 첨단기술을 자랑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성유경 연구위원은 지난 5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현재 확산되고 있는 (첨단)기술들은 그동안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동안 정체됐던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자 없는 국내외 건설 현장, "도면도 제대로 못 봐"
대형 건설사 R&D 투자 매년 감소 추세…'악순환'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 건설업계는 기업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첨단기술 발전에 늦장을 부리는 눈치다.

국내 건설업계 특성상 본청업체에게는 생산 요소에 대한 기술보다 초기 기획과 설계, 엔지니어링 등에서의 첨단 기술력 강화가 요구된다. 실제 생산 기술은 하청업체가 맡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업계는 비(非)전문가 본청업체 직원을 국내외 현장에 파견하는 등 기술을 등한시하는 작태가 암묵적으로 허용된 실정이라는 복수의 전언이다.

최근 동남아시아 건설현장에서 한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했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도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본청업체 직원이 현장을 관리해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며 "수주에만 급급하다 보니 건설에는 문외한인 영업맨들이 해외 현장에 파견나오는 일이 많다. 기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의 한 관계자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래를 위한 기술 인재 영입보다는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람들로 자리를 채우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현장 담당자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나라 중대형 건설사들은 기술 연구·개발 비용을 매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2일 공개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유가증권 상장 건설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연구비·경상개발비) 투자 비중 평균치가 2013년 0.28%, 2014년 0.23%, 2015년 0.21%로 최근 3년 동안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건설업계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은 전체 산업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전체 산업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평균치는 0.98%로 상장 건설기업들보다 무려 0.77% 높았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유가·환율 영향 등으로 우리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의 R&D 투자 축소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격적 R&D 투자·전략적 M&A 병행돼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건설업계가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더 이상 때를 놓쳤다가는 해외 시장에서 맥을 못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수단으로는 공격적 R&D 투자와 전략적 M&A가 제시된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우리 건설업계는 국내 주택분양 물량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간신히 버텨왔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다"라며 "공격적으로 R&D에 집중 투자해서 첨단기술을 확보해야 미래 건설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5월 '세계 건설시장 동향 및 시사점'에서 "(국내 건설업계의) 기술경쟁력 확보 및 수익 모델 확대 등의 기술고도화가 필요하다"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M&A 전략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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