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은평-고양 쓰레기장 갈등, 대화와 협력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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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평-고양 쓰레기장 갈등, 대화와 협력으로 풀자
  • 이공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6.09.1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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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공환 자유기고가)

2016년 8월 서울시 은평구에서 재활용쓰레기를 처리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을 고양시 인접지역에 설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고양시와 은평구 양 지역간 심한 갈등이 예고됐다.

사태의 진행과정을 보면 여느 지역과 다를 바 없다.

행정기관은 꼭 추진해야 할 필수사업임에도 섣불리 알려져 주민반대에 부딪힐까 두려워 쉬쉬하며 준비했다.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관계인과의 협의, 공청회, 공람 등의 절차를 밟았다. 때로는 너무 보안 속에 혹은 암암리에 이루어지면서 법적절차가 하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찌됐든, 모든 과정이 살얼음판 걷듯, '007작전'을 펴듯 했다. 반대 입장에 있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원천봉쇄를 목적으로 정보파악과 모든 행사 저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렇듯, 생활밀착형 필수기반시설에서부터 사드배치와 같은 국가안보시설 설치에 이르기까지 소위 기피시설에 속하는 정부의 사업추진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다. 발표 순간부터 갖은 폭력을 수반하는 전쟁을 치른다.

민과 관이 양 적대세력으로 분리되어, 수년간 혹은 십수년간 갈등과 반목의 시간을 거쳐서 거의 지쳐가는 때에 가까스로 타협을 하고 사업이 추진된다. 그동안의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결국, 그 비용은 국민이 부담한다. 수반되는 엄청난 비용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그러한 현상이 일상화 되어 가고 구조화 되어가는 현실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고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개인의 천부적 자유와 권리를 주장했고, 그 자유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사회계약과 법치의 근간을 주장한 루소와 홉스의 이론에서도 그 전제가 공동체에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공동체주의까지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화장실을 '뒷간'으로 부르던 시절, 뒷간과 처가는 멀리 있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었다. 그 시절 어르신에게 “뒷간 가기가 불편하니 방안에 뒷간을 만들어놓아야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르신께서는 정신 나간 소리라고 호통을 치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냄새와 불결함의 문제없이 방안에 버젓이 화장실 만들어 놓고 생활한다. 심지어 음료수 정도는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가 마시기도 한다. 문제는 대화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검토하고 머리를 맞대어 해결방안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한쪽은 주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 두려워 쉬쉬하며 추진하고, 한쪽은 우선 반대부터 시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필수기반시설은 말 그대로 어디에든 꼭 설치되어야 하는 시설이다. 나를 위한 것이고 우리를 위한 것이다. 설치되지 않으면 우리의 생활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하여 투명하고 당당하게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주민의 입장에서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 할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상응하는 보상을 준비하면 될 것이다. 주민은 머리띠부터 두를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는 무슨 시설이 들어오며, 예상되는 문제 혹은 피해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를 대화로 풀어 가면 될 것이다.

이번 은평구의 재활용쓰레기 폐기물처리시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설치하려는 시설의 정확한 명칭은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플라스틱, 쇳조각 등을 수거하여 분리하고 해당 공장으로 보내는 일이다.

고양시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다. 우선, 고양시와 인접한 지역에 쓰레기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발생이 예상되는 분진, 악취, 침출수, 바람에 날리는 비닐조각 등에 의한 피해, 수거차량에 의한 교통혼잡 문제 등이다.

이에 대한 은평구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설치되는 시설이 ‘재활용선별장’에 불과 하기 때문에 기본 적으로 악취 혹은 냄새 및 침출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처리시설이 돔 형태로 건설되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악취, 분진 등이 외부로 분산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운반차량도 민간의 것과는 다르게 밀폐형이기 때문에 운반도중 쓰레기의 유출이나 냄새 유발은 없다. 교통혼잡의 문제에 대해 운반차량의 이동이 새벽2시부터 6시까지이고 각 지역별로 또 시간대별로 이동하기 때문에 교통혼잡의 문제가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본 재활용선별장 설치 예정지에서 고양시 쪽 고양시 관내에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바이오플랜트가 가동 중에 있어서 그곳에서 악취가 나면 났지, 재활용선별장에서는 악취가 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양 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예상되는 문제 혹은 피해 상황을 검토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혹시 어디든 지역의 자존심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유치한 노릇일 것이다.

고양시와 은평구가 대화와 타협, 협력과 동행의 선례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재한외국인문화교류재단 상임이사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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