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③-부산·경남]“정치? 그X이 그X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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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③-부산·경남]“정치? 그X이 그X이더라”
  • 진주=정진호 기자/부산=송오미 기자
  • 승인 2016.09.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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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치 무관심 속 ‘반-문’ 양강 구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진주= 정진호 기자 부산= 송오미 기자) 

▲ 추석을 앞둔 지역 민심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강하게 느껴졌다. 사진은 경남 진주 중앙시장 ⓒ 시사오늘

“이번에 부산경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많이 뽑아줬다 아이가? 근데 뭐가 달라졌노. 싸움질 하는 거 똑같고, 국민들 신경 안 쓰는 거 똑같고. 다 똑같은기라. 관심 없다 이제”

경상남도 진주시 중앙시장에서 만난 한 50대 상인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 중에 누구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누가 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새로운 권력 구도가 만들어졌음에도, 여전히 정쟁에 빠져있는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뭐 벌써 대통령 이야기를 하노? 누가 나올지도 모르는 거 아이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누가 나오는지 (결정되면) 보고 찍는기지 벌써부터 정치에 관심 갖고 그리 안 한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아직 대권 구도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다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은 이번에 나온다카더나? 나는 반기문 나오면 반기문 찍어줄란다. 세계의 대통령 아이가? 그래도 반기문이 대통령 돼서 외국에 왔다 갔다 하면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 무시 못할긴데?” 

▲ 전체적인 정치 무관심 속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세론’은 힘을 받는 분위기였다. ⓒ 시사오늘

시내 번화가에서 만난 20대 청년들은 차기 대권 구도에 적잖은 흥미를 드러냈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저는 무조건 문재인이에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나라가 완전히 이상해졌다 아입니까.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놓고도 나라가 이 꼴이면 미안한 줄 알아야지. 이번에는 문재인이 대통령 해서 좀 바꿨으면 좋겠어요. 문재인은 최소한 국민들한테 미안한 줄은 알 거 같은데.”

반면 문 전 대표와 야권의 ‘투톱’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랭했다. 안 전 대표를 정치권으로 불러냈던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안철수는 진짜 실망이에요. 국민의당 차릴 때도 (더불어)민주당에서 힘없는 사람들 데리고 나간 거 아니에요? 지금은 뭐 전라도당이더만. 경상도당 전라도당 그거 하지 말자던 사람이 자기가 그러고 있으니까 실망하는기지. 좀 사나이다운 것도 없고 이리저리 너무 간만 보는 거 같아.”

같은 장소에서 만난 또 다른 20대는 문 전 대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꺼내며 문 전 대표를 ‘팬’으로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저는 문재인 팬이에요. 너무 잘생겼어. 이미지도 젠틀하잖아요. 주변에도 문재인이 잘생겨서 좋아하는 친구들 많아요. 친구들 중에 오바마 빠(극성 지지자를 일컫는 말로,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집단을 ‘오빠부대’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도 많은데, 우리도 저런 멋있는 대통령 한 번 가져봤으면 좋겠다 싶어요.” 

▲ 구포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콜레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었다 ⓒ 시사오늘

4·13 총선에서 ‘야풍(野風)’을 일으킨 부산의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진 듯했다.

“대통령? 모르겠어. 상관없어 누가 되든.”

부산 구포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그X이 그X’이라며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콜레라로 인한 매출 하락에도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정치에 관심없습니더. 새누리, 더민주 이런 X, 저런 X 뽑아줘봤자 다 똑같더만. 아이고, 관심 없어. 콜레라 때문에 작년 추석보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는데 이런 거나 좀 어떻게 해주지.”

마찬가지로 횟집을 운영하는 60대 업주 역시 콜레라를 언급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전기세 누진제로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콜레라 때문에 장사가 영 안 돼. 자꾸 서민들만 힘들게 해. 작년에는 8월 전기세가 100만 원 나왔는데 올해는 140만 원 나왔어. 자꾸만 서민들 힘들게 전기세 올려서 이리저리 세금 뜯어가고. 제발 서민들을 위해서 뭐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어.”

“여자 대통령 찍어줘봤자 뭐 별 거 없더만. 내년에 투표할지 안 할지 모르겠어. 딱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생각나는 사람도 없어. 똑같아. 누굴 뽑아도 다 거기서 거기야.” 

▲ 부산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고향이지만 안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 시사오늘

그러나 전체적인 무관심 속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세론’은 힘을 받는 분위기였다.

“누가 나올지 아직 모르겠지만, 문재인 나오면 문재인 뽑을 거예요.” (부산 화명동 거주 20대 여성)

“문재인 나오면 뽑을기다. 누군가는 대통령 해야된다 아이가. 제발 공약한 것 중에서 10프로(%)만 지켰으면 좋겠다. 그러면 잘한 기라.” (구포시장에서 청과점 운영하는 50대 남성)

하지만 같은 부산 출신인 안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정치권 입문 이후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시행착오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은 듯했다.

“안철수는 절대 안 뽑을 겁니다. 줏대가 없어 보여요.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 들어서 여기저기 휘둘려서 믿음이 안 가요. 말할 때도 어물쩡 하고, 리더십이 없어 보입니다.” (부산 모라동 거주 30대 여성)

“국민의당은 절대 안 뽑을 겁니다. 안철수 나오면 안 뽑을 거예요.” (부산 모라동 거주 30대 남성)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부산 안락동의 30대 여성은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 때 보여준 대처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진정성’보다는 스스로를 부각시킬 줄 아는 박 시장의 영리함을 높이 평가했다.

“박원순 시장 나오면 뽑을 거예요. 탁월한 행정가 같아서. 무엇보다도 메르스 (사태) 때 행동하는 걸 보면 진보에서 보기 힘든, 마키아밸리가 말하는 ‘여우같은 정치인’ 같아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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