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과 '안전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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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과 '안전 불감증'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6.09.17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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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설마 하다가 진짜 비극 눈앞에서 펼쳐 질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 5.8의 지진이 오후 7시 44분, 오후 8시 32분에 연달아 발생했다.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큰 지진이다. 이번 지진으로 서울을 비롯해 거의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게다가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경주 지진 이후 여진이 모두 347차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지진의 여파를 가장 크게 느낀 지역은 경주와 가까운 부산·울산·경남이었다. 특히 지진이 발생한 경주 인근은 월성,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 원전 밀집 지역이어서 큰 우려를 낳았으나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는 월성 원전에서 27km, 고리 원전에서 50km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주민들은 대처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했고, 정부의 제대로 된 안내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 문자는 지진 발생 이후 약10여 분 뒤에 발송됐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도 지진 발생 이후 2시간가량 접속이 되지 않아 국민들의 속을 태웠다.

이와 같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여파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됐을 때 국민안전처는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았다.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5월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지진 경보시간을 단축하고 진도 4이상 감지되는 지역민들에게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7월 울산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안전처는 약 20여분이나 지나 긴급재난 문자를 보냈고, 이번에도 지진 발생 10분 뒤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이와 달리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예보(豫報)를 발동하고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한다. 소요시간은 10초 정도다. 

또한 일본의 NHK는 지진 예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 보도 방송체제로 전환한다. 그러나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 KBS는 지난 12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기존 편성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내진 설계율도 일본과 크게 차이가 난다. 공공건물을 제외한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율이 30.3%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82%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정부도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그러나 이번 경주 지진은 설마 하다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비극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계기였다.

앞으로는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국가가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설마’하다가 진짜 비극이 눈앞에서 펼쳐질 수도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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