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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①]내 휴가 사유를 회사에 알리지 말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휴가 사유 기재 금지’ 법안
2016년 09월 23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휴가 신청 사유 기재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 뉴시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개별 근로자의 부재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은 만큼, 원칙적으로 연차 휴가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로자들이 연차 휴가를 마음 놓고 사용하기는 어렵다. 적지 않은 기업에서 연차 사용 시 ‘사유 기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시사오늘〉 취재 결과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휴가 신청서에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오늘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20대 사원은 사유 기재가 휴가 신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보통 ‘가사’나 ‘개인 사정’으로 작성하긴 하는데, 이렇게 쓰면 팀장님이 ‘무슨 사정이냐’고 물어보셔서 휴가 사유 쓰는 게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런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 측은 법안의 제안이유에 대해 “휴가는 법률로 정하는 근로자의 권리며, 현행법은 그 사용목적에 관해서는 제한하는 바가 없음에도 일부 사업주는 근로자가 휴가를 청구할 때 사유를 기록하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한 뒤 “사용자가 휴가를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사유 기재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명확히 함으로써 근로자의 연차 유급 휴가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근로기준법 제60조에는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사유의 기재를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제8항이 신설된다. 휴가 신청서에 사유 기재를 요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휴가 신청서는 ‘최종 확인 작업’ 혹은 ‘문서 작업’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통상적으로 근로자들은 상사에게 휴가를 쓰는 날짜와 사유를 보고한 다음 휴가 신청서를 작성·제출한다. ‘사유의 기재’를 막는 것만으로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가 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근로기준법 제60조에는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사유의 기재를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제8항이 신설된다 ⓒ 시사오늘

실제로 한 30대 회사원은 23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의도는 좋지만 별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차피 휴가를 쓰려면 상사에게 먼저 구두(口頭)로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휴가 신청서에 사유를 쓰고 안 쓰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30대 근로자 역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만들었거나, 그냥 보여주기 식으로 만든 법안 같다”며 “정말 근로자가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게 하려면 사유를 기재하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휴가 사유를 묻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한 번 더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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